'인도네시아에 가야만 인도네시아어를 쓸 수 있을까?
Tapi, saya ingin berbicara bahasa Indonesia! (하지만 나 정말 인도네시아어로 말하고 싶어!)'
이번 학기의 마지막 수업은 11월 말일이라고 들었다.
내년에 또다시 수업을 수강하면 인도네시아어를 이어서 공부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러면 아웃풋 없이 인풋만 쌓여가는 상황이 될 것이 뻔했다. 답답한 마음이 점점 커졌다.
고민하다가 문득, 인도네시아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심심풀이로 SNS를 보는 것처럼
스카이스캐너에서 항공권을 검색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인도네시아 지역을 찾아보니 수도인 '자카르타'와 '발리' 외에 '바탐'이라는 작은 섬이 있었다. 운 좋게 바탐 항공편을 운항하는 제주항공에서는 '발리 & 바탐 신규 취항 1주년'을 기념하며 할인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위탁 수하물이 포함된 왕복 항공권의 가격은 23만 원(정확히는 23만 3천 7백 원). 일본 도쿄도 30만 원대에 다녀왔는데,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었다니! 일을 쉬고 있어 돈은 없었지만 시간은 여유로웠다.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만약 인도네시아에 가게 된다면 입국하는 순간부터 출국까지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인도네시아어만 사용해 여행하는 것도 하나의 큰 도전이겠다.'
20개국을 여행한 나에게 영어로 여행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어만으로 여행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도전이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여러모로 많은 공부가 될 것 같았다.
여행 가기 전 홍대 인도네시아 식당에서 실전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 가서 인도네시아어로 주문해 보는 것. 브이로그 촬영도 겸해서 일석이조였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맛있었고, 인도네시아 음식을 처음 맛본 친구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좀 어눌했지만 인도네시아어만 쓰는 것도 성공했다.
주문할 때도 직원분께 영상 촬영 협조를 구할 때도 인도네시아어로만 말했다.
머릿속 단어들을 조합하니 우려와 달리 말이 술술 나와서 언어에 자신감이 생겼다.
이대로 현지에 바로 가도 될 것 같았다.
바탐을 가기 전, 친구와 가족들에게 혼자 인도네시아 여행 간다고 하니 각자 반응이 달랐다.
친구는 적극 찬성하며 고프로를 대여해 주었다. 혼자 가는 여행이라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숙소에서 마음 편하게 안전하게 지내라고 도어락용 '휴대용 안전고리 잠금장치'도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이모들의 입장은 달랐다. 걱정하시며 반기를 들었다.
"얘가, 얘가, 거기가 어디라고 가려고 해?!
요새 동남아 여행 갔다가 납치된 사건, 사고도 얼마나 많은데. 더군다나 혼자서 간다며."
"너 거기 가려면 이모들 얼굴 더 이상 안 볼 생각하고 가!"
"있잖아, 거긴 정말 가지 마.. 부탁이야."
나의 성향을 잘 알고 계시는 우리 엄마만 아무렇지 않은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는 그러고도 갈 애야."라고 하셨다.
인도네시아는 사실 연수 초반에 자카르타로 탐방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 꺼림칙해지긴 했다. 소도시라서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을 테니까.
다행히 인터넷에는 혼자 다녀오신 여성 블로거들의 바탐 여행 후기가 있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도 여쭤봤다.
현지인 선생님께 여쭤보면 자기 나라이니 당연히 "전혀 안 위험해요." 하실 것 같아서 현지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으신 한국인 인도네시아어 문법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께서는 마당발로 바탐에서도 경험이 있으셨다.
"공부하는 목적이 결국에는 활용하기 위해서 배우는 건데, 좋은 계획이네요!
바탐은 제가 자주 가던 곳이에요. 해산물이 유명하고, 싱가포르와도 가까워서
싱가포르 사람들도 쇼핑하러 많이 가요. 위험하지는 않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선생님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친절하고 우호적이지만, 정치나 종교 문제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그런 것에만 휘말리지 않으면 혼자 돌아다녀도 걱정 없다고 하셨다. 자카르타에 처음 갔을 때 받은 느낌도 비슷했기에 안심이 되었다.
'8개월 배운 초급자가 과연 현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커졌다.
무엇보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도전을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바탐행 항공권 예약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