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 동시에 존재하는 메이저리티와 마이너리티에 대하여
도쿄가스(東京ガス)의 티브이 광고(CM). ‘엄마’가 한국 아이돌에 빠지면서 그게 삶의 활력이 되고, 콘서트에 당첨되어서 가려고 하던 중에 코로나에 걸려서 ‘내가 그렇지’ 하는 느낌으로 절망하는 내용. 그러자 여태껏 엄마의 빠순이 취미에 시큰둥하던 딸이, 그런 말 하지 말라며 팬활동 은 이제 시작이지 않느냐고 말해주면서 열심히 간호하며 끝남. 마지막 문구는 “너다운 내일을 응원하고 싶어”.
(광고 영상, 한글 자막) https://youtu.be/3WDiCVUl9Ik
오래 전부터 일본 극우를 가까운 곳에서 직접 겪어왔던 입장에서, 일본에서 한국이 이렇게 다뤄진다는 점이 너무너무 감개무량 하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고 감동적이다. 이런 느낌은 한국에서만 자랐거나 일본에 여행으로만 가본 사람은 절대 모를 것 같다. 이런 거 보면서 우월감 느낄지도 모를 일부 ‘(순수)한국인 (majority)’의 존재는 신경 안 쓰일 만큼 너무 신기하다. 이 감정은 ‘한국인으로서(major)’ 느끼는 것따위가 절대 아니다(‘민족’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일본 사회가 이렇게 변했다는 것, 일본 대중 사이에서 극우들이 major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만 같아서 느끼는 안심감, 희망(minority)따위의 것이다. 아마도.
2015? 2017년? 쯤이었을까 어느 10~20대 여성 대상 일본 잡지에서 ‘한국(풍)’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인 맥락에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꼈다. 근데 2023년에 도쿄가스 광고를 보고 새삼 그리고 더욱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도쿄가스라는 일본의 major 회사가 대중을 대상으로 한 티브이 광고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의 무언가를 긍정적인 소재로 다뤘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치 오래 전부터 (나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했던 극우적인 시선이 더이상 major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 시켜준 것 같아서, (일방적으로) 고마움까지 느낀다.
(어쩌면 일본 극우가 원래부터 일본 사회에서 major가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나의 세계에서는 그랬다)
“이 감정은 ‘한국인으로서(major)’ 느끼는 것따위가 절대 아니다(‘민족’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에 대해서 왜 그렇게까지 확신하는지 이유를 대자면,
일본 극우는 한국인도 내려깔고 보지만 중국인에 대해서도 내려깔고 보고 온갖 유언비어로 매도하는데, 나는 절대 그런 관점에 동의하거나 공감해본 적이 없고 오히려 중국인을 변호하다시피 왜 그러한 시선이나 논리가 잘못되었고 오류인지 열심히 열변을 토하곤 했었다. 마찬가지로 ‘(순수)한국인 (major)’이 중국인이나 동남아 사람에 대해서 일본극우가 한국인을 바라보는 것과 정말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매도할 때도 똑같은 불편함을 느끼고 때로는 증오마저 느끼기도 했다. 이것은 니들도 (일본극우한테) 당해봤으면서 어떻게 똑같은 짓을 하고 있을 수 있느냐는 허탈감과 절망감이었다. 나는 그러한 ‘한국인’ 틀에 소속감을 느끼지 않으며, 일본극우가 헌법개정 하는 것에 ‘위험’을 감지하듯, 그 ‘한국인’들이 한류를 통해 느끼는 ‘자부심’ ‘우월감’에도 우려와 ‘위험’을 감지한다. 이런 얘기하면 또 어떻게 일본의 그것과 ’우리’의 그것을 비교할 수 있느냐며 뭐라하겠지만.
*이 글은 2023년 3월 19일 개인 SNS에 게시한 글을 거의 그대로 업로드 한 것입니다.
(광고 원본 링크, 일본어) https://youtu.be/R0R-Rhm_yk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