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 싫은 당신을 위해, 글 쓰기 싫은 나를 위해
끄적끄적
끄적끄적
두뇌 속 뉴런들이 일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도 손가락은 움직이는데 머리는 멈춰있다.
관념은 몸속 어딘가에 쌓여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단어로 나오질 않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잔뜩인 거 같은데 막상 풀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마치 잔뜩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관자놀이가 아프다. 생각을 멈추고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다.
이것들이 휘발되기 전에 글로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1초. 찰나의 시간 동안 수많은 단어들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교감을 주고받는다.
그 교감의 신호소리가 지금도 내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휙휙거리며 공중에서 부유한다. 그러나 그 소리를 글로 풀어낼 재간이 없다.
너무 지쳤다. 내 머리가 컴퓨터의 Ram이라면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 느낌이랄까.
포맷을 해야 하나?
응, 그렇다.
우선 자고 일어나자.
두개골 속을 헤집고 다니는 수많은 소리들을 꺼보자.
당신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꺼버리듯.
그래, 꺼버리자.
잘 자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