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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자기 Sep 13. 2020

주변 환경 스테이션

국수기계 신공 경험기

국수기계 신공 경험기

나는 음악을 저장할 때 날씨 이름으로 된 카테고리 리스트에 저장한다.


- 맑음

- 흐림

- 이슬비

- 비

- 허리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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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날씨에 비유하곤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주변 환경이란 중요하다. 날씨, 음악, 계절, 그밖에 많은 것들이 나의 감정에 영향을 준다.


글을 쓸 때 날씨에 내 감정을 맡겨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 편이 오히려 글을 쓰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억지로 텐션을 바꿔야 할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며칠째 천둥 번개를 동반하는 비바람이 계속되고 있는데 밝은 분위기의 글을 써야 할 때는 맑음 카테고리에 있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창 밖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경쾌한 비트라고 생각하며 신나는 감정을 유지하며 글을 쓴다.


그런데 재밌게도 가장 좋은 글이 나올 때는 아무 음악도 듣지 않고 쓸 때다. 주변에 모든 소리를 차단시키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을 들을 때 가장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음악은 뭐랄까. 그 몰입까지 가기 위한 여정에 불과한 것 같다. 글쓰기에 돌입하기 위한 전초 단계라고 할까.


진짜 글을 작심하고 쓰기 시작하면 나는 주변에 모든 소리를 차단시킨다. 그러나 유일하게 허용하는 소리가 있다.


바로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다. 무작위로 떨어지는 그 불규칙한 화음 소리를 듣고 있자면 여러 상념들이 내 머릿속에서 손가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최근에 다녀온 여행에서 엄청난 허리케인이 왔었다. 장장 4시간 동안 시내에 정전이 될 정도의 규모였다.


나는 그때 숙소 안에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어찌나 글이 쭉쭉 잘 써지던지. 놀라울 정도였다. 거의 2시간 동안 1만 자를 뽑아냈다. (올해 들어서 웹소설에 도전하기 시작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가 글자 수 1만 개에 연연하게 된다.)


그 순간 '아 이것이 국수기계 신공이구나.' 싶었다.




필자는 계절과 날씨, 그리고 주변 환경의 소리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은 글쓰기 몰입을 위해서다. 물론 몰입의 경지에 쉽게 이르는 천재들은 이런 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나 같은 범인들은 주변 환경을 어느 정도 통제해야 '국수기계 신공'이 나오는 듯하다.


집중이 너무 힘들면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러다 보면 내가 치는 타자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글에 온전히 빠질 수 있다.


다른 작가들도 대부분 그러지 않을까.


‘음악’ 사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통제 가능한 환경은 이 정도다.


가끔씩 눈을 감고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내가 치고 내가 못 알아보는 마법이 벌어져서 포기했다.


다른 작가분들은 국수기계 신공을 위해 어떤 통제 조건을 쓰시는지 궁금해졌다. 관련 책이 있나 한번 찾아봐야겠다.


오늘의 생각 스테이션은 이상하게 스쳐간다. 오늘은 이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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