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용서할 수 있을까 - 아픔의 기록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은 나를 죽이기에 딱 좋은 사람이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내가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너는 나를 6년 반 동안 죽여왔다. 매일매일. 너의 말은 가시가 되고, 칼이 되고, 총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내가 살아야 되나 싶어서 결국 이별을 고했다. 자살할 수는 없잖아.
너는 후회했다. 나는 너에게서 도망쳤다. 너는 미련으로 점철된 시간을 보냈고 나는 결국 너에게 다시 돌아왔다. 그때 정말 도망쳐야 했을까. 그때 정말 도장을 찍었어야 했을까. 오늘도 나는 후회한다. 지나간 시간, 지나간 세월. 나의 찬란했던 젊음. 다 어디 갔을까. 6년 반이라는 시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졌던 구속과 속박. 너는 나를 조종하려고 했다. 나를 지배하고 싶어 했다. 미안하지만 사양이다 이제 더 이상.
너라는 속박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말은 다 거짓부렁이다. 구속은 감옥이다. 너라는 감옥에서 탈출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내가 과연 도망칠 수 있을까. 과연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사실 나는 너로 인해 만들어진 '나라는 괴물'이 더욱 두려웠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너를 만났는데,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나 자신.
나 자신이 추해진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나는 시궁창 속 오물 덩어리가 된 것 같다. 그만하자.
그렇다. 그래서 도망쳤다 너에게서.
그러나 이제는 나도 알고 있다. 너는 나를 속박하기 위해서가 아닌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그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
그리고 나의 말들 역시 너를 여러번 죽이기도 했었다는 것을.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다. 진솔한 대화. 너와 나는 올바른 대화가 필요하다. 그저 그것뿐이다.
너를 용서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
그 대화를 위해선, 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선 내가 나를 먼저 용서해야한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