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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차 부부, 선택의 시간

여자의 고민

by 타자기


마흔이 코앞.


주위에서는 난자를 얼려라, 수정란을 얼려라 조언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11년 차 부부다.


아이는 아쉽게도, 아니 슬프게도 아직까지 안 생겼다.


시험관을 해야 할지, 아니면 난자나 수정란을 얼려야 할지.


정말 선택의 시간이다.




나는 아이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엄마였다.


그런데 역시 꿈은 꿈일 뿐이었다. 인생은 마음대로 흘러가질 않는다.


이번 달에 11번째 결혼기념일이 돌아온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만, 그 만족감 뒤에 숨겨진 두려움이 있다.


꿈은 꿈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건가.




5년 전의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 결국 이루지 못한 엄마라는 꿈이 무너진 느낌이었고, 나는 우울증까지 걸려 약을 복용해야 했다.


3년 전의 나는 미친 사람이었다.


우울증은 물론이고 불면증 증상이 너무 심해져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난임으로 분류되는 35살. 나는 결국 엄마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38살. 이건 체념일까.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한 편이었다. 허리에는 척추측만, 면역력이 약한 건지 겨울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살았다. 심지어 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까지 있다.


그래도 산부인과에서는 항상 임신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소 상태와 자궁 상태가 좋다는 말에, 잠시 안도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내 신체, 특히 허리가 약했다. 정신적으로도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낙인처럼 찍힌 질병의 이름들.


역류성 식도염. 갑상선 질환. 코로나에 3번이나 걸린 약한 기관지. 2년 전에는 족저근막염에 걸려 반년동안 극심한 통증에 고생했다.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자신의 몸에, 감정과 정신 건강에.


만약 임신을 해야 한다면 더 늦기 전에 지금 해야 할 텐데.


근데 싫다.


사실 무섭고 싫다.


그런데 역시 엄마가 되고 싶다.


이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너무 괴롭다.


사회적 압박, 생리적 압박.


그리고 무엇보다 내 미래에 대한 압박.


어떤 선택을 해야 미래의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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