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딩크부부 이야기 (1)
"애 안 낳을 거면 결혼 왜 했어."
흔하게 보고 듣는 말이다.
졸업, 취업, 결혼, 출산. 마치 정해진 공식처럼 따라야 하는 인생의 길.
산업화된 나라의 인류 대다수 사람들이 저 길을 택했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보여주던 행복한 4인 가족.
내가 25살 무렵까지, 아니 사실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만화가 하나 있다.
제목은 '아기와 나'
만화의 내용은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형제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아낸 이야기다. 나는 이 작품을 전권 소장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 그건 마치 나에게 아름다운 환상이었다. 얼른 좋은 사람을 만나서 아이를 낳아야지. 2명은 아쉬우니까 3명, 그리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4명도 좋지 않을까. 나니아 연대기처럼 아들, 딸, 아들, 딸. 이렇게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을 평생 갖고 살았기 때문에 2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정말 사실은 개인적인 건강 상의 이유가 가장 컸다. 오로지 엄마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28살의 나.
어? 그런데 왜 난 지금도, 아직도 엄마가 아니지. 왜?
결혼 후 신혼은 1년만 가지고 싶었다. 29살에 첫 임신. 32살에 둘째 임신. 가능하다면 34살에 셋째. 모든 여건이 허락만 된다면 막둥이까지.
내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33살 무렵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약까지 먹었다.
시댁식구들의 슬쩍슬쩍 던지는 말에 나는 웃을 뿐이었고. 지금 시부모님들은 우리에게 아이 얘기를 아예 꺼내시질 않는다.
결혼 7년 차부터 사람들과의 만남이 점점 힘들어졌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폭탄 같은 첫 질문이 나온다.
늘 같은 질문, 같은 타이밍.
"결혼 몇 년 차세요?" 이때부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러고 7년 차라고 대답하자마자 이어지는 질문들의 끝은 비슷하다.
"시험관은 해봤어요?"
해봤다고 어영부영 대답하면 이어지는 잠깐의 정적.
그리고 시험관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듯, 이어지는 쓸데없는 잡담들.
사실은 던지고 싶은 질문을 꼭꼭 숨긴 채.
또 폭탄들을 던진다.
"시험관 또 시도할 거예요?"
"더 이상 아이 생각은 안 하시는 거예요?"
"입양도 생각하세요?"
11년 차에도 변하질 않는 이 패턴. 어딜가든 그 집단에 한명 정도는 반드시 있다 저런 사람이.
“에이, 요즘은 없이 사는게 더 좋아요.”
결론은 항상 저 말이다.
우울증이 생기는 게 당연한 건가.
아이를 가지지 못한 여자는, 이 사회에서 어디쯤 위치하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