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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를 한다

비자발적 딩크부부 이야기 (7)

by 타자기

눈물이 흐르진 않는다. 더 이상 나올 눈물이 없을 것 같으니까. 대신 빨간 피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에 잠긴다. 나는 아마 엄마가 되지 못하겠지.


얼마 전 남편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또 다툼이 있었다. 남편은 지금 사는 곳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는 친정집 근처를 가야 그나마 시험관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시험관을 한다고 무조건 아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는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난임 병원에서 결과를 들었다.


차라리 가능성이라도 희박했으면.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이런 생각을 종종 했다. 차라리 그랬으면 마음 편하게 딩크의 삶을 선택하고 자유롭게 살 텐데.


그런데 지금 우리는 아직도 평행선이다. 시험관을 할까 말까. 이 고민으로만. 몇 달 전, 우리는 결혼 11주년을 맞이했다. 지독한 제자리걸음.


이제 내가 포기해야 하는 건가. 생각해 보면 내가 그렇게까지 엄마가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남편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막상 이곳을 떠나고 아이를 선택할 만큼 아이를 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아마 우리에게 허락된 선택지는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겐 엄청나게 아이를 원하는 그런 열망은 둘 다 없는 것 같다. 둘 다 말로만 아이를 갖고 싶다고 떠드는 사람들 같다.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양보를 하지 않으니까.


요즘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우리 두 사람이기에 아이가 오지 않는다고. 예전에 이 생각이 들면 우울하고 슬프고 눈물만 흘렀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후련한 생각도 조금씩 들어온다.


우린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아이가 우리에게 오질 않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건 그저 운명일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나는 친정 근처에서 몇 년 동안이라도 살며 시험관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싶고, 남편은 절대 태어나고 자란 이 동네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아 하고.


그저 서로가 양보하지 못할 뿐. 서로가 지키고 싶은 게 있는 것일 뿐.


그렇게 생각하면 현재의 이 모든 결과가 납득이 간다.


아이 문제만 나오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 주는 지독한 말들을 하고, 그리고 이제 겨우 찾아온 평화.


서로가 지독히도 갖고 싶은 게 있고, 지독히도 지키고 싶었던 개인적인 것이 있었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아직 포기하지 못했기에.


이렇게 딩크의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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