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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 Feb 05. 2019

Camino 2nd Week

나의 첫 산티아고 그리고 두 번째 주 이야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지인 산티아고 보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더 그리워하겠구나,

성재랑 영상통화하며

헥헥 올라갔던 그 언덕을,

재민이랑 대화하려

자리 깔고 앉았던 그 길목을,

새벽녘 

개들의 울부짖음에 

벌벌 떨며 한 걸음씩 겨우 나아가는 

내가 그립겠구나,

그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길 위에 무엇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변할지

혹은 변하지 않을지

심지어 카미노에 왜 오게 됐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카미노가 불러서 온 것 인걸,

차차 알려주겠죠.

그래도 이 길이 끝났을 땐 

하나라도 답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오늘은 전날 묵은 숙소에 

여권이랑 카드를 두고 길을 나섰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그걸 알게 됐죠.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걸어왔던

길었던 그 길을 돌아갔습니다.

돈도 많이 깨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제 카미노인걸요.


문득 이 길이,

이 과정이 산티아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걷기 시작한 그 순간,

어쩌면 산티아고에 도착한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작고 투박한 카페에서

주인 할아버지가 ‘코레아’라고 말하며 

껴안아 주었고,

조용한 마을의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손에 사탕을 쥐어 주셨습니다.

도로 위 운전자는 저를 보더니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혼자 푸하하 웃음이 터지는가 하면,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이 너무 예뻐 

길 위에서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참 위대한 자연입니다.

감히 말로 어찌 표현 못할. 

온갖 타이틀과 수식어로 

스스로를 대변하려 했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이런 위대한 풍경에도

감히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데,

더 이상은 스스로를 

어떠한 이름에도 

가두지 않기로 합니다.

이름 없는 이 바다 역시 

그 자체로 존재하듯

나를 대표하는 건 오직 스스로이기로

마음먹습니다.



혼자 걸으니 힘들 때 옆에 

징징거릴 사람이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혼자서 헤쳐 나갈 수 있는 일들입니다.

혼자가 좋다면 당신은 강한 사람입니다.

그리움이 많다면 당신은 

좋은 친구가 많은 사람입니다.

고로 당신도 좋은 사람입니다.


토마르에선 우연히 천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현명한 어른 천사였습니다.

문득 그 처럼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 질문으로 인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물음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제 순례의 터닝 포인트를 남겼습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그것이 꼭 비극은 아님을,

엇나간 계획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것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길 위에 선지 어느덧 2주가 지났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거창한 마음으로

걷지 않습니다. 

어쩌다 보니 순례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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