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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만학일기

공부, '하고 싶을 때' 해!

49. 만학일기

by 조연섭

01.

나는 꽤나 철없는 삶을 살았다. 아니, 철이 없었다기보다 내 방식대로 살았다고 해야 할까? 먼 거리 유학을 보내고 기대감 큰 부모님 바람은 귀담아듣지도 않았다. 하라는 공부는 당당히(?) 거절하고 오로지 내 길만 달렸다. 음악을 좋아하는 척, 음악다방과 감상실을 전전하며 끼니를 굶어도 한 장의 LP(음반)를 모으던 시절이다. 4천 장 넘는 LP를 모으면서 당시 도심을 밝히던 언더그라운드 무명 DJ의 삶에 미쳐 있었다.

디자인_ 조연섭

돌이켜봐도 후회는 없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 ‘소신 있게 잘 살고 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60이 넘은 지금, 유난히 공부하기를 싫어하던 그 시절을 소환한다. 나는 늦은 지금 행복한 공부에 미쳐 있다. 시켜도 시켜도 안 하던 예습을 하고, 소 논문을 네다섯 번씩 다시 쓰고, 푹 빠진 나 자신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신기한 일은, 이렇게 공부에 미치다 보니 평생 처음 성적우수장학금까지 따라왔다는 사실이다. 비록 C급이지만, 상위 10%에게만 준다는 그 장학금을 매 학기 받고 있다. 용돈 아껴 공부하는 직장인에게는 큰 도움이다.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3학기 등록을 마치고 신입생 환영회도 참석했다. 작가, 간호사, 문화산업, 공직자 등 다양한 분들이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나는 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 15기 회장 자격으로 강윤주 주임교수님 요청에 따라 인사를 올렸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은 전통적인 전공은 물론 사회적 예술을 깊게 담은 경험적, 학문적 이론을 실천하는 미래형 문화예술경영 전문가의 플랫폼이다."라고 인사를 건네고 합격 축하와 학부, 원우생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어제는 총무도 선임됐다. 매뉴얼과 인수인계가 끝나면 MT준비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 직업도 그렇고 DJ로 살던 시절도 결국 무대 위에 서는 일이었다. 이제는 또 다른 방식의 무대가 시작된 것이다. 부족한 나는 연극배우이자 전공 동문 하형래 원우를 부회장으로 백진이 신입원우를 총무로 모시고 앞으로 경이로운 희망의 샘터 경희사이버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 원우회를 위해 1년간 봉사를 시작한다.


02.

공부도, 과정도 즐기는 대학원 생활

나는 직전 회장, 조교, 주임 교수, 해외에 계시는 학과장님 모두에게 이렇게 인사를 올렸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강윤주 주임 교수님께는 이렇게 덧붙였다.

“학문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추억도 즐기며 행복한 대학원 생활을 만들겠습니다.”

학과장님도 메일로 답변을 친히 보내주셨다. 3월 초 전화를 드려야겠다.


사실 학문이 중요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사람과의 만남, 경험,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도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원우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또 다른 인생의 축제 같은 것이 될 것이다. 나는 그간 경험을 떠올리며, 원우들과 즐겁고 의미 있는 한 해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03.

공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옳다.

억지로 할 때는 그냥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진짜 하고 싶어 졌을 때는 그 어떤 노력도 아깝지 않다. 결론적으로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전하고 싶다. 내게 있어 대학원 생활은 새로운 도전이자, 새로운 무대다. 이 무대에서 나는 단순한 학문적 성취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대학원의 진짜 의미다. 60이 넘은 내가 이 무대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펼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모든 원우들에게, 나 자신에게, 최고의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Let’s enjoy this new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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