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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만학일기

[오준석 특강] 공연기획, 요리처럼 즐겁게!

51. 만학일기

by 조연섭

지난 2월27일 저녁, 경주문화재단이 ‘성장하는 지역예술가’를 위해 마련한 ‘문화를 들어봄‘ 특강 마지막 시즌 첫 강의 ‘문화를 이뤄봄’ 오준석(공연 프로듀서) 편에 참석했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이날 강의는 1부 클래식 콘서트, 2부 특강과 토론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강의 전 애피타이저 레시피로 준비한 클래식 기타와 바이올린의 ‘알람브라궁전의 추억’ 연주는 1980년대 전국 대학로 거리를 연상하게 했다. 건물입구에 매달린 작은 스피커에서 흐르던 연주, 청바지와 통기타의 상징 화려한 음악다방 DJ시절을 소환하는 분위기였다. 문화기획자인 나는 PD의 강의를 듣는 시간, 머릿속은 ‘낭독 뮤지컬‘ 등 온갖 공연 아이디어로 가득 찬다. 아니, 어쩌면 많은 경험의 스승 강의에 배가 고파진 걸 수도 있다.

열강의 오준석 교수, 사진_ 조연섭

강의를 시작한 PD는 공연기획을 요리에 비유하며, 기획의 핵심은 “무엇을, 누구를 위해 만들 것인가? “라는 ‘Why?’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좋은 요리가 재료 선정부터 조리법까지 섬세한 고민을 거치는 것처럼, 공연도 관객을 위한 맞춤형 레시피가 필요하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공연기획은 요리다!

강의 내내 공연기획과 요리의 유사성을 이야기하던 PD는, 기획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 대본 분석이라고 했다. 즉, 어떤 재료(이야기)를 어떻게 조리(연출)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연을 하나의 ‘요리’라고 생각하면, 대상(타깃 관객)에 따라 조미료를 다르게 배합해야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청소년 공연기획에서 청소년들의 당사자성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내야 진짜 맛있는 공연이 나온다는 뜻이다.

공식 포스터, 경주문화재단 DB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인데, PD는 “요리사가 메뉴를 설명하는 과정”에 비유했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를 해도 레시피가 엉망이면 손님(심사위원)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 나의 기획을 잘 이해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듣고, 지원서도 결국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PD가 언급한 릴랙스 퍼포먼스 개념도 신선했다. 소리에 민감하거나 번쩍이는 조명에 불편함을 느끼는 아이들을 위해 공연 전에 안내멘트를 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식이다. 공연이 단순히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관객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감각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공연기획자의 길은 때때로 외롭다고 했다. 마치 나침반 하나 들고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이 든다고. 하지만 PD는 이제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만든다고 했다. 이 말이 가장 따뜻한 부분이었다. 결국 공연이란, 사람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일이며, 그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강의 후, 공연기획이 맛있어졌다!

늘 하는 일이지만 강의를 듣고 나니 공연기획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요리처럼 창의적인 조합이 가능하고,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든다는 것은 마치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기분일 것이다. PD의 강의는 공연 이론보다 공연기획을 ‘맛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주는 생생한 현장을 보는 시간이었고, 덕분에 기획의 세계가 더욱 친숙해졌다.


이제부터 공연 기획은 요리사의 마음으로!

오늘 특강은 “관객이 맛있게 즐길 공연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는 즐거움을 배운 가치 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진_ 조연섭(강의영상 캡처) 1. 연주자, 2. 객석 질문, 3. 열강 오준석 PD, 4.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 5. 바이올린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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