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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같은 오후 보내세요

193.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01.

며칠 전, 구술사 관련 관내 주둔 모 사령부 사령관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의미 있는 공모사업 선정결과 보도자료를 보내드리며, 평소처럼 예의를 갖추면서도 가벼운 마음을 담아 “소풍 같은 오후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잠시 후, 사령관이 보내온 답장은 예상치 못한 의외의 답이었다.


“국장님께서는 ‘해외여행 같은 오후‘ 보내세요.”

한참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문자를 확인했다. 짧은 문장 속에는 사령관의 위트와 세련된 감각, 그리고 ‘높은 직급의 군인’이라는 공식적 이미지를 넘어선 인간적인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군인은 흔히 강인함과 엄격함을 상징하는 존재다. 특히 높은 계급의 지휘관일수록 그 무게감은 더욱 크다. 그런데도 사령관께서는 딱딱한 위계질서를 뛰어넘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유머 감각을 보여주셨다.


02.

군인의 언어에서 배우는 리더십

우리는 ‘군대식 문화’를 경직된 명령과 복종의 세계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그 문화를 유연하게 해석하고, 인간적인 소통의 방식으로 녹여낸다. 사령관의 짧은 답장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 격의 없는 소통이 신뢰를 만든다

높은 직급일수록 거리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령관은 “네, 감사합니다”라는 형식적인 답변이 아니라, 상대방의 표현을 재치 있게 변주하며 응답하셨다. 이는 ‘권위’가 아니라 ‘유연한 소통’이야말로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위트는 조직을 부드럽게 만든다

군대처럼 명확한 위계가 존재하는 조직에서는 지나치게 딱딱한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머 한 줄이 조직 문화를 바꾸기도 한다. 짧은 문자 한 통이 상대방을 미소 짓게 만든다면, 조직은 한층 더 건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 좋은 리더는 감성을 놓치지 않는다

사령관의 답장은 유머가 아니다. 그것은 ‘배려’에서 비롯된 언어다. ‘소풍 같은 오후’라는 표현을 ‘해외여행 같은 오후’로 확장시키면서, 상대방이 보내준 감성을 더 크고 풍성한 이미지로 돌려준 것이다. 이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춰 반응하는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03.

우리는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까?

군인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의 리더는 때때로 ‘사령관 같은 무게감’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무게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무게를 내려놓고 상대를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다음번에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혹은 조직에서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무뚝뚝한 응답이 아니라 상대방이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한 줄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한마디가 조직을 부드럽게 만들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며, 관계를 더 단단하게 해 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소풍 같은 오후 보내세요”라고 문자를 보내온다면, 나도 이렇게 답해보고 싶다.


“당신은 크루즈 여행 같은 하루 보내세요.”


그러면 그날 하루는 분명 더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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