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아카이브_ 동해
106주년 삼일절, 동해 추암 해변은 아침부터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잔잔한 파도 소리 아래, 바닷물이 조용히 빠져나가며 드넓은 모래밭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위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개를 줍는 손길,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진 찍는 관광객들. 축제라도 열린 듯, 추암 해변은 활기로 가득 찼다.
이날 주인공은 다름 아닌 썰물(간조, 干潮)이었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모래톱이 넓게 드러났고, 바닷속에 감춰져 있던 조개와 소라, 해양 생물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이처럼 썰물이 만든 해변의 확장은 ‘조개 캐기’나 ‘해양 생태 체험’이 가능한 특별한 공간을 탄생시킨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크지 않은 동해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신기하게 다가온다. 서해안처럼 광활한 갯벌이 형성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의 썰물은 충분한 공간을 선물했다. 덕분에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래밭을 거닐며 자연이 준 축제를 만끽했다.
추암 해변은 이미 ‘촛대바위’의 장엄한 일출과 해안 절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이날처럼 간조가 만들어낸 특별한 순간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이 현상을 ‘썰물 관광’으로 발전시킨다면, 추암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해변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 조개 줍기 체험: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보물찾기.
• 해양 생태 탐방: 아이들과 함께 살아 있는 갯벌 생물을 관찰하는 자연학습.
• 해안 트레킹: 바닷물이 빠진 해안선을 따라 걷는 이색적인 탐방 코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러한 자연 현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썰물 풀(Tide Pool) 투어’나 영국의 ‘갯벌 사파리’처럼, 조석(潮汐)의 변화를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추암 또한 이를 접목해 계절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일출 명소’에서 ‘조석 체험 명소’로도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삼일절이자 주말, 우리는 한바탕 자연이 펼친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걸으며, 줍고, 웃고,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깨닫는다. 축제는 꼭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은 그 자체로 가장 큰 축제이며, 우리는 그 순간을 발견하고 누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추암의 간조가 선물한 이 특별한 주말. 그것은 관광보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순수한 기쁨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다음 간조가 찾아올 때, 우리는 또다시 이곳에서 새로운 축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사진_ 조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