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지역N문화
지역의 문화와 역사는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역문화 기록은 중앙 중심적 시각에서 진행되었고, 전문가 집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문화포털 ‘지역N문화’에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협력 모델, 지역문화원과 지역작가가 참여하는 플랫폼 시범사업을 마치고 3월 오픈했다.
2024년, 이천문화원, 대덕문화원, 곡성문화원, 청송문화원, 동해문화원 등 5개 지역문화원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이 추진되었으며, 지역문화원 직원과 지역 작가 등 20여 명이 참여해 총 80건의 콘텐츠를 생산했다. 이는 기존 외부 전문가 중심의 집필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문화원이 직접 주체가 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집필된 콘텐츠는 생활문화, 산업과 경제, 지명 유래, 자연과 지리, 역사문화유산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지역의 정체성과 특색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지역문화원 콘텐츠가 행사 정보나 전통문화 소개에 그쳤다면, 이번 사업에서는 지역 주민의 삶과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 스토리텔링형 콘텐츠로 확장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과정에서 집필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두 차례 진행되었다. 2024년 9월 2일과 6일 비대면으로 열린 교육에서는 콘텐츠 집필 방향, 자료 활용 방안, 서술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특히, 집필된 원고는 1차적으로 문화원 내부에서 검토한 후, 전문가 교정 및 교열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승인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 2025년 2월, 모든 원고의 정리가 마감되었으며, 3월 4일, 드디어 ‘지역N문화’ 포털을 통해 콘텐츠가 공식적으로 오픈되었다. 이는 지역문화원이 직원과 지역의 작가들이 직접 연구하고 기록하는 방식이 정착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역할 정립과 네트워크 확장에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문화 기록의 주체화,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지역문화원이 일반적인 문화사업 수행뿐 아니라 지역문화 기록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역문화 기록은 외부 전문가의 손에 맡겨지거나, 연구 결과로 축적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문화원은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으며, 지역 주민의 삶과 경험이 보다 생생하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지역문화 기록 방식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지역문화원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스스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중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지역학 연구와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역N문화’ 는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며, 지역 간 문화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동해문화원의 경우 그동안 지역학 연구의 모든 출판물 7천여 점과 지역이야기 20종, 근대산업 주변 인물 구술사 20명의 자료 등이 지역N문화에 이미 아카이빙 되고 있다. 이처럼 전국 각지의 지역문화원에서 생산한 콘텐츠가 공유됨으로써, 지역 간 문화적 연계성을 높이고, 보다 풍부한 문화자원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지역문화 기록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과제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문화 기록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지역문화원연구 및 집필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작가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문화원의 역할이 확대되었지만, 연구와 집필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문화 기록을 데이터 축적으로 끝내지 않고, 지역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주민 참여형 콘텐츠 제작, 지역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이루어진다면, 지역문화원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문화원과 시도한 이번 ‘지역N문화’ 시범사업이 지역문화 기록 방식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변화는 지역문화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살아 있는 유산’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김현수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문화콘텐츠팀 팀장은 "지역문화원 가족과 지역작가가 생생하게 담은 글은 기존 원고보다, 좀 더 리얼하고 지역 밀착형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예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앞으로도 지역문화원이 중심이 되어서 콘텐츠 및 원고를 직접 생산해 올리는 형태로 가야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그렇다. 문화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록될 때 비로소 온전한 힘을 갖는다. 그 기록의 주체가 문화원, 지역작가를 떠나, 지역 스스로일 때, 문화는 더욱 깊고 넓게 확장될 수 있다. ‘지역N문화’의 변화가 그러한 의미에서 더욱 가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