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지역N문화_ 임웅수 (사)대한민국농악연합회 이사장
경기도 무형유산 광명농악 보유자이자 대한민국농악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임웅수 이사장은 21일 대한민국농악축제가 끝난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라는 필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백번 외쳐도 부족함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학습만이 대들보를 만드는 것이다. 싸리빗자루는 태워도 숫이 안 되는 법이지”라고 말했다. 짧은 구절이지만, 한국 전통예술과 오늘날 문화예술 현장 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을 함축한다.
농악의 세계에서 기본은 장단이다. 장단은 공동체의 호흡과 질서를 담아내는 뿌리다. 북, 장구, 꽹과리, 징이 서로 얽히고 어우러질 때 만들어지는 집단적 울림은 공동체의 시간과 공간을 매개하는 질서다. 그러나 이 기본이 무너지면, 아무리 화려한 연주와 퍼포먼스가 덧입혀져도 전체의 균형은 곧 흔들린다. 그래서 장단은 곧 ‘기본’의 은유가 된다. 예술뿐 아니라 학문, 직업윤리, 사회적 관계 전반에서 기초가 무너지면 위기는 피할 수 없다. ‘기본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다’는 말이 진부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기본만으로 건물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임 이사장이 강조한 ‘학습’은 씨앗을 대들보로 세워 올리는 과정이다. 농악의 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았다. 수많은 장인들이 수십 년간 흘린 땀과 세월의 기록 위에 후대가 배우고 익히며 전승해 온 결과물이다. 학습은 단순한 기능 습득이 아니라, 선대의 경험과 지혜를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행위다. 이는 문화예술을 살아 있는 전통으로 만드는 핵심 동력이다.
이와 연결되는 ‘싸리빗자루의 비유’는 더욱 시사적이다. 빗자루는 불에 타면 흔적조차 남지 않고 재가 숯으로 변하지도 않는다. 이는 본질적 힘이 결여된 존재의 운명을 은유한다. 기본과 학습이 부재한 성과는 잠시 화려하게 빛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전통예술을 표피적 흥겨움이나 형식적 재현에만 의존할 때, 그것은 결국 싸리빗자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농악은 한국인의 정신을 담은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이 지위는 자동적 지속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문화유산은 ‘살아 있는 기억’ 일 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기본기를 세우고, 교육과 학습을 통해 대들보를 튼튼히 세워야 한다. 농악을 배우는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현실, 축제가 관광 상품으로 전락하는 위험 속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다.
임 이사장의 이날 남긴 어록은 결국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오늘의 농악과 문화예술 교육은 무엇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어떤 학습 과정을 통해 대들보를 세우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도 잿더미로 사라지지 않을 ‘숯’의 힘을 지니고 있는가.
농악은 흥의 예술이면서도 공동체 철학의 산물이다. 그 울림은 과거의 잔향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원리이며, 미래를 지탱하는 토대다. 기본을 잊지 않고 학습을 지속할 때, 전통은 허상이 아닌 살아 있는 숯으로 남아 우리의 문화를 지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