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만학일기
8일 오후,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창조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 강윤주 주임교수 특강이 온라인 줌으로 진행됐다. 키워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_현장관람 #뉴욕_현대미술관(MoMA)등 교수가 최근 방문한 뉴욕의 예술 현장을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번 뉴욕 예술 탐방 후기는 대표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현대미술의 기획 전략을 분석하고, 전공이자 문화기획자로서의 철학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깊이 있는 시간이었다.
강의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산업의 특징과 한국 뮤지컬 시장과의 차이였고, 다른 하나는 MoMA의 전시 전략과 현대 예술경영의 흐름이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글로벌 예술 시장에서 예술경영과 문화기획자가 고민해야 할 방향성과 전략적 접근 방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읽어두기] 교수가 소개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4편의 특징과 매력, 추천 이유를 요약했다.
1. Hell’s Kitchen
• 특징: 세계적인 아티스트 Alicia Keys의 성장기를 바탕으로 한 반자전적(半自傳的) 주크박스 뮤지컬
• 매력: 그녀의 대표곡들과 함께 뉴욕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꿈을 향한 성장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음
• 추천 이유: R&B, 힙합과 뮤지컬의 결합을 즐기고 싶은 관객에게 적합
2. & Juliet
• 특징: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된 대체 역사형 뮤지컬
• 매력: 팝 히트곡들을 활용한 주크박스 형식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함
• 추천 이유: 고전 문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즐기고, 흥겨운 팝 음악과 함께 색다른 이야기를 원한다면 강력 추천
3. The Book of Mormon
• 특징: 몰몬교 선교사들의 아프리카 선교 여행을 풍자적으로 다룬 블랙 코미디 뮤지컬
• 매력: 사우스 파크 제작진이 만든 유머 가득한 작품으로, 도발적이고 풍자적인 이야기와 강렬한 음악이 특징
• 추천 이유: 종교와 사회를 풍자하는 독창적인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적합
4. MJ the Musical
• 특징: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World Tour 준비 과정을 중심으로 그의 음악과 삶을 조명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 매력: 마이클 잭슨의 전설적인 퍼포먼스와 히트곡을 무대에서 재현, 그의 창작 과정과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음
• 추천 이유: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무대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은 팬들에게 필수 관람작
강윤주 교수가 현지를 방문, 2박 3일간 직접 관람하고 추천한 이들 작품은 모두 토니상 수상작으로 각기 다른 매력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어, 대중음악, 고전문학의 재해석, 블랙코미디, 팝스타의 삶 등 다양한 주제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브로드웨이는 전 세계에서 뮤지컬을 보기 위해 관객이 몰려드는 공연 예술의 중심지다. 이곳의 연 매출은 약 2.2조 원에 달하며, 이는 한국 뮤지컬 시장(약 3천억 원)의 7배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시장 규모의 차이보다 뮤지컬을 소비하는 방식과 운영 전략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특징, 작품성과 글로벌 관객층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스타 캐스팅보다는 작품성에 의해 장기 공연이 가능하며, 관람층 또한 고학력·고소득층의 40대 이상 글로벌 관객이 중심을 이룬다. 반면,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서울 중심의 공연 문화이며, 주요 관람층은 20~30대 젊은 여성 관객이다. 이 같은 차이는 브로드웨이가 세계적인 예술 거점으로서 안정적인 공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반면, 한국 뮤지컬 시장은 특정 계층과 지역에 한정된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한국 뮤지컬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 공연이 가능한 작품성과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성공 전략,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작품 기획
교수는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관람한 대표적인 뮤지컬을 소개하며, 현대 뮤지컬이 어떻게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2023년 토니상 9개 후보에 올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앤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결말을 완전히 뒤집는 대체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으로, 기존의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이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뮤지컬이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적 혁신을 결합하여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은 문화기획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작품성, 시대적 흐름,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요소가 결합될 때, 예술은 소비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뮤지컬 광이라 표현해도 좋을 대학원 황선영 조교 역시 토론에서 뮤지컬 '앤 줄리엣'을 응원했다. ”나는 뮤지컬을 워낙 좋아해서 앤 줄리엣 같은 작품은 수입할만한 걸작으로 생각해요. 이유는 셰익스피어 고전의 추억도 있고 활기찬 음악, 현대적인 메시지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교수님이 앞장서 주세요 “라고 했다.
교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뿐만 아니라, 뉴욕 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을 직접 탐방하고, 그 운영 방식과 기획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MoMA는 동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실험적인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큐레이션 방식에서 사회적 트렌드를 읽고, 이를 전시 기획에 반영하는 전략이 돋보였다.
MoMA의 전시는 사회, 정치, 기술적 변화와 예술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기획된다. 예를 들어, MoMA에서 진행된 디지털 아트 전시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였다.
특히,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AI 기반 작품이 전시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MoMA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AI 알고리즘을 통해 재창조된 디지털 작품을 선보였으며, 이는 기존의 회화·조각 중심의 미술관 전시와 차별화되는 실험적인 접근이었다.
이러한 전시 방식은 관객이 현대 사회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 방식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었다.
강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문화기획자로서 갖추어야 할 철학과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예술경영은 경영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MoMA와 브로드웨이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술은 단순히 감성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기획과 경영 전략이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성이 보장된다.
교수는 “예술경영자가 트렌드를 쫓는 것도 필요하지만 먼저 스스로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서적을 꾸준히 읽고, 예술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관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기획자는 예술과 경영의 가치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대적 변화와 트렌드를 읽는 감각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철학과 방향성이 필수적이다. “라고 강조했다.
문화기획자로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있는 나 역시 이번 강의를 통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MoMA가 어떻게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있는지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브로드웨이의 음악 공동체는 공연과 음악이 사회적 공감과 포용의 장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MJ the Musical을 보며, 마이클 잭슨이 음악을 통해 전 세계와 소통했던 방식이 뮤지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잭슨 파이브의 음악적 감성이 뮤지컬 강의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또한, MoMA의 운영 방식은 전시 공간과 시대적 흐름을 읽고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생산하는 기획력이 핵심임을 보여주었다. 미술관 역시 공격적인 경영 전략과 포용력 있는 문화 기획이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과거에 읽었던 ‘디자인 기반의 기업이 경쟁력이 있다’는 문구가 이번 강의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경영도 기획이 경쟁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MoMA는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기획과 경영의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술관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성숙한 예술경영이란 글로벌 트렌드를 이해하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 사회적 메시지 전달 방향성, 변화와 흐름과 공격적인 경영, 문화 다양성을 반영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힘을 가지는 것이라는 점을 한번 더 실감할 수 있는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