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만학일기
KHCU 대학원 ‘문화예술과 기업경영’ 3주 2차시 “지역개발과 문화활용” 강의 후기를 정리해 본다. 도시와 문화, 경제 접점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시간. 이선철 교수의 강의는 문화경영 이론을 넘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역과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성찰의 시간이었다.
지역 개발을 논할 때, 우리는 흔히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산업기반 구축, 전문 인력 양성, 재정 확보 등의 요소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된다. 하지만 교수는 지역 발전 패러다임이 여전히 70~80년대식 개발 논리에 머물러 있으며, 문화적 접근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가 도시 발전의 중요한 초석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경제유발 효과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예산배분 과정에서 문화 관련 사업이 자주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 도시 발전과 문화의 관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과거 도시 발전의 주요 전략은 문화 시설 확충에 집중되었다.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도시의 문화 발전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대 도시에서는 이러한 ‘하드웨어’적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그 공간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담기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건축물 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콘텐츠 개발과 인재 양성이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최근 도시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 랜드마크가 아니라, 도시가 품고 있는 ‘스토리’와 ‘감수성’이다. 관광객들은 거대한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도시가 가진 정체성과 매력적인 분위기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다.
이를 통해 도시 브랜딩이 단순 홍보 전략이 아니라, 시민과 방문객이 공감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로 구현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도시 변천의 흐름, 시대별 문화 전략
강의에서 교수는 도시 발전의 단계를 시기별로 분석했다.
1. 근대 이전: 왕권과 종교의 힘을 바탕으로 대규모 문화 시설(궁전, 오페라하우스 등)이 조성됨.
2. 전후 복구기(1940~60년대): 전쟁 이후 도시재생을 위해 문화 시설이 확충됨.
3. 참여의 시대(1980년대 이후): 특정 계층이 아니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문화적 활동에 참여하는 공간이 등장.
4. 도시 마케팅 시대: 문화가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
5. 창조 도시 시대: 문화예술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혁신과 창조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시대.
특히 게이츠헤드(Gateshead)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산업이 몰락한 도시가 예술을 통해 재생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으며, 이를 통해 문화정책이 단순한 미적 가치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공동체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의 마지막 부분에서 교수는 “기승전 경제”로 흘러가는 논리를 언급하며, 문화 정책이 결국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화가 단기적인 경제 효과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거버넌스와 교육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 개인적인 성찰과 질문들
이 강의를 들으며, 내가 살고 있는 동해시에서 문화와 지역 개발이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 논골담길 프로젝트나 해양 문화자원을 활용한 마을재생 등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 지역이 창조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까?
• 지역 문화기획자로서, 장기적인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어떻게 모색해야 할까?
강의는 실천적 고민을 던져주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오늘 온라인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더욱 깊이 있는 토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