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만학일기
기계가 인간을 닮아갈 때, 인간은 무엇을 닮아야 하는가?
KHCU 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 김성하 교수의 “인공지능과 문화예술경영” 4주 차 「AI 기술 발전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 강의 후기를 요약, 만학일기로 쓴다.
새벽 4시 30분, 도시가 잠든 시간.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시간에 김성하 교수의 목소리는 디지털의 얇은 막을 뚫고 내게로 도달했다. 이른 시간, 그것은 단지 강의라기보다는 사변적 성찰의 제의에 가까웠다. 주제는 “AI 기술 발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강의는 우리가 마주한 문명 전환의 진폭을 촘촘히 엮는 한 편의 시론처럼 흘렀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파도는 일상의 해안선까지 밀려들었다. 스마트홈 속 자비스의 그림자, 가정용 AI 비서, 기업의 코파일럿, 병원의 예측 알고리즘. 김 교수는 이러한 사례들을 짚어가며 ‘AI가 삶 속으로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깊게 파고들고 있는가’를 실제 자료와 통계로 풀어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AI의 민주화”였다. 더 이상 전문 코더가 아니어도 일반인 누구나 자연어만으로 앱을 만들고, 소설을 쓰고, 음악을 작곡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변화. 이는 기술의 보급보다 창작 권한 자체가 이동하는 순간이었다. 예술이 귀족에서 시민에게로, 기술이 전문가에서 대중에게로. 이 거대한 권력이동은, 문화예술의 지형도와 문화정책의 방향까지 재편할 불씨가 된다.
하지만 기회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김 교수는 AI 도입으로 줄어드는 콜센터 인력, 생성형 AI로 인한 콘텐츠 산업의 구조 변화, 그리고 인간 노동의 불확실한 미래를 정확히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와 산업연구원 자료는 ‘단일 직군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재조정’이 진행 중임을 말해준다. 이것은 단지 직업 소멸이 아니라 인간 정체성의 경계가 다시 그려지는 현장이다.
더불어 강의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AI의 편향성과 윤리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편향된 데이터로 훈련된 AI는 무심코 차별적 결과를 생산한다. 백인 중심 이미지, 여성 비하 텍스트, 아프리카계 인물에 대한 왜곡된 묘사. 김 교수는 이러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AI의 문제는 결국 인간의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기계는 인간의 그림자를 따라 학습한다. AI의 공정성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회문화적 윤리의 반영인 것이다.
강의 후반부, 교수는 세계 각국 AI 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유럽연합(EU)의 ‘AI 법’은 기술 도입에 앞서 민주주의, 기본권, 법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고, 미국은 ‘책임 있는 AI’를 내세운 행정명령으로 접근했다. 한국 역시 AI 기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내용의 깊이와 실행력 측면에서는 더 많은 보완이 요구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특히 AI 윤리 기준 10가지와 “인간 존엄성,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이라는 3대 원칙은 향후 문화정책과 예술교육, 도시기획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실천적 가치를 품고 있다.
강의의 끝자락, 교수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AI가 사람을 닮아가고 있는 이 시대,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까요?”
그 물음은 내게 철학적 메아리로 남았다. 기술의 시대, 결국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은 인간이다. 능력이 아니라 관계, 생산성이 아니라 상호성, 효율이 아니라 윤리. 우리는 기술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문화기획자로 살아오며 나는 늘 ‘경계’를 기획해 왔다. 사람과 사람, 도시와 자연, 오늘과 내일 사이의 틈. 이제 나는 ‘기계와 인간의 경계’라는 전혀 다른 무대 위에 서 있다. 이 강의는 그 무대를 밝혀주는 하나의 조명처럼, 나의 기획과 글쓰기를 더 멀리, 더 깊이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