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퇴근길 맨발편지
비가 그친 오후, 동해 추암 해변은 유난히 빛난다. 하늘은 갓 물감으로 칠한 듯 파랗고, 바다는 그 색을 고스란히 안고 반짝인다. 맨발로 모래를 밟자 축축하고 서늘한 감촉이 발바닥을 깨운다. 비에 젖은 모래는 단단해 발자국을 선명히 남긴다. 멀리 촛대바위가 당당히 서 있고, 파도 소리가 부드럽게 귓가를 스친다. 공기엔 짭짤한 바다 냄새와 비 내음이 섞여 코끝을 간질인다.
해변은 생기로 가득하다. 맨발의 젊은이들이 비치야구를 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공을 쳐내는 ‘퍽’ 소리와 환호가 파도와 어우러진다. 저쪽엔 어린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깔깔댄다. 한 아이가 조개를 들고 “아빠, 이거 예뻐!” 외치는 소리가 멀리 퍼진다.
추암의 해양신앙성지가 품은 경외감은 삶의 기운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바다를 지키는 신령이 이 웃음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하다.
촛대바위를 마주하고 해변을 맨발로 걷는다. 한 시간 동안 모래를 밟고, 파도가 발끝을 적시는 이 순간, 퇴근길 무게가 스르르 풀린다. 모래는 발에 달라붙고, 간간이 밀려오는 파도가 시원하게 발을 씻는다. 바다는 내게 말을 건다. “오늘 어땠어?” 묻는 듯한 파도 소리에, 나도 모르게 하루의 이야기를 툭 털어놓는다. 추암은 그렇게 마음을 받아주는 성지다. 촛대바위를 지나며 그 신비로운 기운을 느낀다. 바위에 깃든 옛이야기가 바람에 실려온다.
해변을 따라 걷다 뒤돌아보니, 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맨발로 뛰노는 아이들, 촛대바위의 위엄. 이곳에서 보낸 한 시간은 나를 가볍게 해 준다. 추암은 바다 그 이상이다.
맨발로 해변을 걸어보셨나요? 추암의 파란 하늘 아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요? 맨발편지로 당신의 퇴근길을 들려주세요.
추암해변, 사진_ 조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