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맨발 걷기’ 인가?

41. 퇴근길 맨발 걷기

by 조연섭

매일 아침 동틀 무렵, 나는 바닷가에 선다.

신발을 벗고, 바다 앞 해변 모래밭에 서서 하늘과 땅 사이를 걷는다.

벌써 477일째다.

이곳은 강원도 동해시, 추암해변이다. 오늘 새벽, 유난히도 웅장한 일출이 그곳을 붉게 물들였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찰나의 시간, 나는 그 풍경 앞에서 다시 한번 ‘걷는 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우리는 지금, 회복을 말해야 할 때다.

잃어버린 일상, 고립된 도시감각, 고령화와 질병이라는 구조적 현실 앞에서 개인과 공동체 모두가 ‘다시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시작이 맨발 걷기일 수 있다면?

너무 소박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행위에 문화적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맨발 걷기, 그것은 도시가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하는 문화운동이다.

신발을 벗는 순간, 우리는 땅과 다시 연결되고, 바다의 온도와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기억한다.

기술이 확장시킨 세상에서, 이토록 물리적이고 감각적인 행위는 오히려 더 절실해졌다.


특히 해변 걷기는 공공자연의 회복성을 일깨운다.

바다는 매일 새로이 밀려오고, 모래는 매번 발자국을 지운다.

그 안에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다시 돌아간다.

지금 동해시는 ‘초 고령화 도시’, ‘인구감소 위험 지역’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지만, 나는 이 도시가 매일 새벽마다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 해변에는 매일 누군가가 걷고 있고, 나 또한 그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 경험을 문화로 엮는 일을 시작했다.

‘퇴근길 맨발편지’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기록을 브런치에 연재한다.

기회가 되면 책으로도 엮을 예정이다. 그리고 이번 여름, 책과 자연, 움직임을 잇는 작은 마을축제 ‘어대노 북페스타’를 동해 어달항에서 기관 협력사업으로 연다.

맨발 걷기와 글쓰기, 노을 요가와 편지 쓰기, 세대와 도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도시는 어떻게 회복하는가?

병원과 도로, 개발이 도시를 살릴 수 있는가?

아니다. 나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에서 도시의 숨결을 본다.

비록 작고 느릴지라도, 그것은 지금 이 시대가 가장 절실히 요구하는 관계의 재생, 감각의 복원, 몸의 회복이다.


오늘 아침, 동해의 일출은 참으로 장엄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감동적인 건, 그 시간에 바다 앞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의 맨발이었다.

도시는 그 맨발에서 다시 숨을 쉬고 있다.

26일 추암 일출, 사진_ 조연섭
추암 맨발러,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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