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퇴근길 맨발편지
516일째 퇴근길 맨발 걷기를 요즘은 다시 출근길을 걷는다. 오늘도 추암 해변 일출과 함께 바닷길을 걸었다.
파도 소리와 모래의 감촉이 발바닥을 깨울 즈음, 티톡 라이브에서 들려오는 추억의 라디오 시그널 송 하나가 걷기를 멈추게 한다.
“밤의 디스크쇼”
라디오 방송 시작을 알리던 시그널 송이다.
FM도 없던 시절, 이종환 선배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라디오 스피커 너머로 스며들던 시간들이 스크린처럼 스쳐 지나간다.
라디오 한 대가 온 가족의 심장 소리가 되고, 동네 골목마다 울리던 유일한 음악 방송.
내 어린 시절과 청춘, 그리고 DJ로서의 첫 꿈도 그 안에 있었다.
516일째 해변을 걷는 지금, 나는 생각한다.
‘추억의 밤의 디스크쇼’를 맨발 걷기와 엮어보면 어떨까.
추암 해변을 걷다가 라디오 속 노래처럼 잊힌 시간들을 소환하는 프로그램.
파도 소리, 모래 소리, 바람 소리 위에 이종환 선배의 시그널 송을 얹고,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노래들을 부드럽게 흐르게 한다.
그리고 그 음악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살아낸 이야기를 담는다.
부모 세대의 사랑, 청춘의 방황, 그리고 지금 우리 발아래를 받쳐주는 땅의 기억까지.
걷는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지만,
그 길은 늘 과거의 이야기 위에 펼쳐진다.
추억을 꺼내 들고, 음악으로 위로하며, 발바닥으로 느낀 바다의 차가움과 시리도록 아름다운 새벽 공기까지, 그 모든 것을 ‘추억의 밤의 디스크쇼’ 속에 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라디오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이유다. 늘 선생님으로 칭했던 이종환 선배를 사랑한 만큼 목소리로 외쳐본다. 안녕하세요? ‘밤의 디스크 쇼‘ 이종환입니다.
맨발로 걷는 내 하루하루가, 누군가의 삶에도 작은 시그널 송처럼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