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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와 가능성으로 빛났다. 삼척윈드오케스트라 연주회?

80. Newspaper

by 조연섭

삼척윈드오케스트라의 제9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11일(일) 오후 3시, 삼척해수욕장 야외무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공연은 지역과 예술, 시대와 사람을 음악으로 엮어낸 특별한 기획이었다.


초청 MC로 무대에 섰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어느새 한 명의 감동받은 청중이 되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번 연주회가 유독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네 가지 ‘깊이’ 때문이었다.

첫째는 ‘지역성’이다. 도계 등 탄광마을의 삶을 음악으로 풀어낸 선곡과 무대 구성, 삼척이라는 도시가 지나온 시간과 감정을 정성껏 담아낸 흐름이 공연 전체에 녹아 있었다.

해변이라는 장소, 바다의 파도 소리, 철석이는 바람 위에 흐르는 음악은 지역의 서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손색이 없었다.


둘째는 ‘시대적 감각’이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선곡이 이어졌고, 음악은 그 자체로 공동체의 연대와 미래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되었다.


셋째는 ‘장소성’이다. 실내 공연장이 아닌,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야외무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감각적인 상징이 되었다. 삼척해변이라는 열린 공간은 음악을 지역민의 일상 가까이 끌어들이며, ‘예술은 삶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그리고 넷째,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기획력’이었다. 양악과 국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세대를 넘는 협연과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무대 연출은 이 공연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되었는지를 느끼게 해 주었다.


트럼펫, 오보에, 피리, 가야금, 소리꾼의 무대가 모두 인상 깊었고, 또 '랜덤게임, 랜덤게임, 고_스타트'로 이어진 앵콜 첫곡 로즈의 ‘아파트‘와 마지막 앵콜곡 ‘질풍노도’는 삼척이라는 도시의 내면을 담아낸 듯한 음악적 마무리였다. 그 곡이 끝날 무렵, 바닷바람은 잠시 멈춘 듯했고, 관객들은 조용한 박수로 서로의 감정을 나누었다.


이날 무대는 어릴 적 지휘자에게 음악을 배웠던 제자들이, 부산, 원주를 포함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고향 삼척으로 돌아와 함께 만든 공연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예술이 삶을 잇고, 관계를 복원하고, 지역을 살리는 실제적인 사례였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가 이토록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랐고, 기쁘게 감탄했다.

훌륭한 선곡과 연출, 진심 어린 연주, 그리고 해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박수까지… 이날 삼척해변은 그야말로 음악으로 하나 된 ‘가능성의 도시’였다.


삼척윈드오케스트라의 이번 정기연주회는 지역 예술이 지닌 철학과 진정성, 그리고 사람을 잇는 힘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 준 귀한 시간이었다.

글_스토리 크리에이터 조연섭, 사진_ 삼척윈드오케스트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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