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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뮤지컬, '어쩌면 해피앤딩' 토니상 6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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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포함한 6개 부문을 수상하며, 한국 공연예술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016년 서울 대학로의 300석 소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불확실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며 인간성의 본질에 질문을 던져온 창작 뮤지컬이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협업으로 탄생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3년 뉴욕 브로드웨이의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한 이후 미국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 가도를 달려왔다.


이번 토니상에서는 ▲최우수 뮤지컬상 ▲남우주연상(대런 크리스) ▲연출상(마이클 아든) ▲작사·작곡상 ▲극본상 ▲무대디자인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6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헬퍼봇’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의 고독과 감정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낡은 서울의 아파트에 버려진 두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우연히 만나 교감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며, “사랑이란 끝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용기”라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건넨다.


공연은 디지털 시대의 감정 결핍과 관계 단절을 되짚는 한편, 기계가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지녔다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을 문학적으로 풀어낸다. 로봇을 등장인물로 삼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로 세계 무대를 감동시켰다.

사진_ 제78회 토니상 시상식 DB

“K-뮤지컬, 세계의 언어가 되다”


이번 토니상 수상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 공연예술계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작품성과 보편성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깊다. 박천휴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국경을 넘어 우리의 이야기가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실현시켜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하며, 협업과 진심의 힘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상이 K-뮤지컬의 수출은 물론, 공동 창작 및 글로벌 협업 모델의 새로운 전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창작자의 서사와 서정성, 그리고 미국 무대의 기술과 인프라가 결합해 만들어낸 이 작품은 단순한 ‘진출’이 아닌, ‘동등한 교류’의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6년부터 미국 전역 투어 공연을 준비 중이며, 아시아 및 유럽 공연도 검토 중이다.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 공연계는 창작자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콘텐츠 IP화 전략, 협업형 기획자 육성 등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번 수상은 한국 창작 콘텐츠가 전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는 확신과 가능성의 증거다. 공연예술계는 물론, 문화정책과 문화교육, 그리고 지역문화기획 분야에서도 장기적 시사점을 남기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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