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아카이브_ 동해
태국 북부의 도시, 치앙마이에서 엽서 한 장이 도착했다. 사무실 직원은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먼저 읽었어요.‘ 라며 바다를 건너온 엽서를 건네줬다.
우표 네 장이 가지런히 붙어 있었고, 정성스레 눌러쓴 글씨에는 그곳의 햇살과 공기, 그리고 한 사람의 마음이 곱게 담겨 있었다.
엽서를 보낸 분은 '오늘부터 여행작가', '여행의 힘' 등 여행 관련 책과 다양한 지면에 글을 남기고 있는 여행작가 채지형 씨.
치앙마이의 디자인센터 도서관에서 머무는 동안, 문득 동해에서 함께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맨발로 해변을 걷던 길, 새벽에 일출을 보며 일출요가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시간, 따로 말하지 않아도 전해졌던 눈빛 등 작가는 그 짧고도 깊은 시간을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있었다.
작가는 엽서에 이렇게 남겼다.
“이제 숲 속에 마음껏 있었으니, 바다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조용히 미소가 나오고 말았다.
작가가 바다를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기에, 그리고 바다는 언제나 작가가 돌아갈 자리였기에. 숲은 아늑하고 깊은 곳이지만, 작가의 마음이 완전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은 언제나 바다였다. 발끝으로 파도를 느끼고, 해안선을 따라 걷던 그 풍경을 작가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맨발로 바다를 걸으며 삶의 리듬을 다시 맞추겠다고 말해주었다.
오월은 누군가에게 그런 계절이다.
잠시 멈추고, 돌아보고, 다시 맨발 걷기를 준비하고 시작하는 계절 말이다.
따뜻한 기억 하나가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이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오월은 충분히 의미 있다.
이 엽서는 관심을 품은 응답이었고, 바다로 돌아가는 여정에 함께하겠다는 다정한 약속이었다.
누군가에게 엽서를 쓰고 싶어지는 계절.
그 계절의 이름은, 오월이다.
5월, 동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