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만학일기
• 논문 쓰기, 그 두려움을 건너는 법
• AI와 함께, 사람과 함께
요즘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논문’은 어쩌면 늦깎이 대학원생들에게 ‘자기 삶을 마주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말보다 느린 속도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세상에 말을 거는 글을 써나가는 일. 물론 논문연구 지도의 시간도 있지만 그 힘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한다면 얼마나 막막하고 고단할까. 논문 파이터 지도교수는 늘 차별성, 학문적 가치가 안 보여… 해외논문,석, 박사 논문보다 학술지 논문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앞이 캄캄한 시간이 하루 이틀 아니다. 그런데 이 시대는 다행히도 우리 곁에 ‘도와주는 존재’가 하나 있다. 바로 생성형 AI다.
24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강당에서 열린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창조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 대학원 MT는 딱 그런 시간이었다.
논문 앞에서 겁이 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원우생들에게
“혼자 쓰지 않아도 돼요. AI와 함께, 그리고 우리와 함께할 수 있어요”
라는 말로 손을 내밀어준 날이었다.
MT의 시작은 강윤주 주임교수의 Ai활용특강으로 열렸다. AI를 활용해 논문을 구조화하고, 구체화하고, 목차를 설계하는 아주 실질적인 내용이었다. ChatGPT, Perplexity, 노트북 LM 등 다양한 도구들이 소개되었고, 각 도구가 어떤 상황에서 적합한지, 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논문이라는 큰 과제 앞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지’를 교수님은 차분히, 또 유쾌하게 설명해 주셨다. AI 도구들을 기술보다 ‘학문을 더 깊이 연구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 설명하는 모습에, 모두가 자연스레 집중했다.
교수는 Ai 전문가 어록이라며 “AI는 스스로 걷는 대신, 우리가 더 멀리, 더 균형 있게 나아가도록 돕는 지팡이입니다. 의지하되 기대지 말고, 방향은 스스로 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라고 했다.
더 놀라웠던 건 지도교수의 열정이었다.
AI 입문 2년, 이미 다양한 플랫폼을 직접 사용해 강의 자료를 구성하고, 심지어는 AI로 PPT를 만드는 법까지 다양한 툴로 직접 시연해 주셨다. 이전에도 교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사비로 관람한 후, 그 감동을 온몸에 품은 채 온 오프라인 강의를 마련하는 등 소문난 열정의 교수다. 학문을 가르치는 사람 이전에, 자기 배움의 즐거움을 기꺼이 나누는 제자 사랑의 무대였다.
이번 MT는 강윤주, 전한호, 안태호, 이원재, 김성하 교수와 국내 원우들뿐 아니라, 해외에 체류 중인 여러 원우들까지 현장, 줌 등 50여 명이 함께한 자리였다. 특히 두바이에서 줌으로 참여한 원우, 그리고 멀리 일본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마에다 타즈코’ 원우의 이야기는 함께한 교수와 원우들에게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마에다 원우는 한국 뮤지컬의 열정적인 에너지에 반해 대학원에 입학했으며 친구들과 뮤지컬을 위해 지금도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일본도 유명한 뮤지컬이 있다. 한국 뮤지컬도 올린다. 하지만 본인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본다고 한다. 이유는 에너지 넘치는 한국 뮤지컬의 매력을 일본 젊은 친구들은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 한국어가 서툴고, 문화도 낯설지만 무대에서 터지는 배우들의 땀과 열정이 자신의 삶을 바꾸었다고 했다. 이번 방문이 끝나는 휴일 25일도 뮤지컬 관람 일정을 잡았다는 뮤지컬 마니아다. 그 마음 하나로 원우는 국경을 넘었고, 지금은 우리와 함께 같은 고민을 나누며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원우들의 이야기 속에서 K-컬처의 뿌리와 확산을 넘는 사람 간 감동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2부 시간은 조금 더 가볍고 따뜻한 시간이 이어졌다.
일정으로 좀 늦게 도착한 원우회 하형래 부회장이 진행한 레크리에이션 시간은 ‘경희대학교’와 ‘문화예술경영’을 주제로 한 퀴즈와 협업 미션이 펼쳐졌다. 줌 화면으로 만나던 교수님, 원우들과 손뼉을 마주치고 웃는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모른다.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고, 이름을 부르고, 공통의 질문을 나누는 그 시간이 이 시대의 공부가 지닌 또 하나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줬다. 공부는 결국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다.
MT의 공식 프로그램 마지막은 마무리 인사로 끝이 났다. 나는 “생성형 Ai를 통해 논문 작성하는 법 공개 특강을 듣는다는 게 정말 신기합니다.”라고 했다. 또한 ”AI는 하루하루 시초를 다투며 새로운 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Ai는 각자 경험을 통해 늘 서로 함께 배우는 과정 같습니다. 그래서 Ai분야만큼은 모두가 스승이고, 또 모두가 제자입니다.”
이 말을 하면서 나 스스로도 참 많이 배웠구나 싶었다.
AI라는 기술을 통해, 우리는 단지 ‘도구’를 익힌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운다는 것의 힘, 질문하는 사람의 용기, 기꺼이 나누는 이의 따뜻함을 다시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 만찬이 끝나고 MT의 마지막 시간 찻집토크가 이어졌다. 연극 기획자인 원우회 하부회장의 깜짝 발표처럼 전하는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강윤주 지도교수님과 윤성진 감독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입체 낭독극 ‘콘센트’가 오는 6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서울 마포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스퀘어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다.
이건 아마,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이 다시 무대 위에서, 다른 언어와 표정으로 펼쳐지는 장면일 것이다. 학문과 예술, 글쓰기와 낭독극이 이어지는 삶의 선으로 말이다.
이번 MT를 통해 우리는 알게 되었다.
AI라는 새로운 시대의 조력자가 등장했지만, 그 도구를 가장 빛나게 만드는 건 여전히 사람의 질문, 사람의 감각, 그리고 사람 간의 신뢰라는 것이다.
논문은 이제 혼자 쓰는 싸움이 아니다.
질문을 나누고, 시행착오를 겪고, 때로는 웃으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공동 창작’의 여정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응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논문이라는 단어 앞에서 더 이상 겁먹지 않는다. 내 옆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걷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반쯤은 도착한 셈이다.
사진, 영상_ 조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