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Note_ 동쪽여행, 선술집 인터뷰
곱창으로 유명한 선술집 한편에서 소설가 한재호 작가와 해양문화 전문가 김병철 시민 리포터가 만났다. 소설가 한재호는 ‘여기는 안묵호입니다 ‘의 저자이자 2021년 열린 동해문학 신인문학상, 2016년 노동자 수기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가다. 동해에 둥지를 튼 지 5년 됐다. 지금은 ‘동해시 Ai 연구모임‘도 참여하면서 과거 ‘영동 남부권 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진 송정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한다.
작가와 리포터는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시작됐고 필자는 영상으로 담았다. 주제는 ‘창작의 본질과 작가의 고뇌, 그리고 시간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이며 이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칼럼과도 같았다. 약 6분 남짓한 인터뷰는 한 작가의 글쓰기 철학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모든 창작자들이 공감할 만한 질문과 답변을 던진다.
대화는 작가가 소설의 '화두'를 어떻게 찾아가는지, 그리고 본격적인 집필에 앞서 '구상'하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됐다. 작가는 글쓰기 전에 이미 머릿속으로 모든 것을 그려보고, 심지어 '화면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아이디어가 샘솟듯 넘쳐나는데도 손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답답함을 느낀다는 작가의 고백은, 창작의 고통이자 동시에 열정이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순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비단 소설가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모든 이들이 경험하는 보편적인 감정일 것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초고'와 '퇴고'에 대한 그의 시각이다. 한 작가는 초고를 일단 완성하고 나면, 최소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퇴고에 들어간다고 밝힌다. 이 '시간의 간격'이 바로 작가 자신을 독자의 시선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글 쓰는 동안 작가는 작품 속에 너무 깊이 몰입되어 객관적인 시야를 잃기 쉽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의 어록 초고는 "100% 빵이다"를 예로 들며 자신했던 초고도,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부족한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는 창작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있어 '거리 두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날 시간은 결국 창작이라는 행위가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것 보다 내면과의 끊임없는 대화이자,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지난한 과정임을 일깨워줬다.
한작가는 우리에게 "소설가의 시간"이란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작품을 숙성시키고 완성도를 더하는 데 필수적인 '성찰의 시간'임을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깊은 공감을, 글을 읽는 이들에게는 한 편의 소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시간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