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노트_ 동쪽여행
그렇다. 오늘이 천번째 글이다. 2022년 9월 5일, 나는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는 글을 쓰는 일이 나 혼자만의 작은 실험 같았다. 매일 한 글씩, 그것도 꾸준히 쓰겠다는 결심이 들지 않았던 많은 날들도 있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오늘, 천일이 지난 지금, 나는 그동안 내 글을 읽고 반응해 준 독자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되었을까 고민하면서 이 시간을 되돌아본다.
“작가란 내 글을 보고 반응하는 한 사람의 독자라도 있다면 이미 작가다.” 라던 임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나는 내가 글을 쓴 이유가 한 명이라도 내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저 나 혼자만의 기록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새 작은 커뮤니티를 이루었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476명의 구독자가 생겼고, 하루에 200명, 1만 명에 이르는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27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내 글을 기다려 주었다. 그 숫자만큼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는 모두 서로 다른 삶의 조각들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항상 ‘이타적인 삶’이라는 생각을 되새기게 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 글이 타인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진짜 이유였다. 그리고 나는, 그들 하나하나가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실감한다. 내 글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작은 배려와 응원의 말을 나누는 일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처음 기획자로서 시작했던 ‘논골담길’과 같은 프로젝트는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남기려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원형을 디지털로 남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된 그 글은, 결국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나의 글은 어느새 지역의 사람들, 나아가 전 세계의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대학원 원우들과 함께 일본, 두바이 등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교류는 내가 바라던 것, 바로 ‘상호 소통과 배려’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경험들이 내 글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천일을 맞이한 지금, 나는 이 여정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내 글을 읽고, 나와 소통하며, 내 글을 통해 삶의 작은 변화를 경험한 모든 사람들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내가 만난 독자들은 나에게 단순히 숫자나 이름이 아니었다. 그들은 내 글을 통해 나누고자 했던 마음을 함께한 동반자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고맙고, 또 그들에게 받은 만큼 더 많은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 나의 글은 나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들 간의 연결고리,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임을 잊지 않겠다. 이 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들이 나와 함께 이 여정의 주인공임을, 나는 언제나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