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만학일기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보내고 싶다. 직업상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화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AI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AI 100조 투자’ 발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뉴스였다. 적극 환영한다.
100조, 숫자만으로도 흥분된다. AI를 차세대 국가전략 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겠다는 의지. 재원은 국민펀드 등으로 조달하고, 교육과 인재 양성도 함께 추진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돈'과 '사람'에 동시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침 추암 해변을 맨발로 걷다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봤다. 과연 우리는 기술만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AI의 발전은 가히 폭풍 같다. 예술, 교육, 산업, 돌봄, 심지어 윤리까지 스며든다. 그러나 기술이 빠를수록 그로부터 소외되는 사람, 디지털 사각지대가 생긴다. 디지털 격차는 곧 삶의 격차로 이어지고, 불신은 사회적 단절로 확대된다. 대안은 있는가였다.
100조 원의 예산은 그 격차를 메우는 데에도 쓰여야 한다. 고도화된 기술을 소수만 이해하고 누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사용자’이자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특히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포용 기술’을 만드는 데에 전략적 시선이 필요하다.
국민펀드라는 단어가 반복된다. 자본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늘 너무 많은 계획이 선언되고, 또 조용히 사라지는 것을 봐왔다. AI 100조 시대가 ‘또 하나의 개발 드라마’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의 인문학’이 되려면 시민사회가 함께 걸어야 한다. AI 역시 사람의 뇌파와 생각을 만났을 때 빛난다. 시민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K_AI'의 미래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또 나에게 묻고 싶다.
AI 시대, 우리는 어떤 가치를 함께 키워갈 것인가?
단순히 빠르고 편리한 것 이상의, 더 인간다운 기술. 그것이 우리가 AI에 투자하며 바라는 진짜 미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