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News_ maga·zine
오늘, 나는 조금 더디게 숨을 쉰다.
초 여름이 깊어가는 삼척 도계의 6월, 땅 아래로 이어진 수십 킬로미터의 갱도처럼, 사람들의 기억도 그렇게 끝없이 이어져 있을까. 채탄이 멈추는 날, 땅속에서 멀어지는 것은 석탄만이 아니리라. 생의 무게, 한 시대의 희망, 그리고 희망이 사라진 자리의 고요까지.
오늘 28일 토요일 오후 4시, 도계청소년장학센터에서 사단법인 한울목관오케스트라의 ‘찾아가는 콘서트’가 열린다. 이 무대는 행사를 주관한 한울목관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김진철 박사의 출생지이자 꿈과 성장을 도와준 마을이다.
이날 무대에는 한울목관오케스트라, 마을 어린이합창단, 오보에 연주자 정소영, 트럼펫 연주자 조형일 등이 함께 선다. 그들의 관악은 늘 그렇듯 장중하면서도 따뜻할 것이다. 비틀스의 ‘Hey Jude’로 시작된 음악회는 ‘You Raise Me Up’을 지나 ‘My Way’로 끝난다. 하지만 오늘 ‘My Way’는 다른 날의 그것과 다르다. 오늘은 전 세계 유일의 광부 사진작가가 남긴 수천 장의 기록이, 이 음악 위에 스크린처럼 겹쳐질 것이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포즈도 없이 찍힌 그 얼굴들, 검댕으로 뒤덮였어도 살아 있음이 반짝이던 그 눈빛들. 그것이 바로 도계가 남기는 마지막 초상이다.
그리고 무대 위에 오를 또 하나의 목소리, 도계지역 어린이합창단이다.
‘문어의 꿈’을 부르는 아이들의 음성은, 한 시대를 떠나보내는 슬픔 속에서도 새로운 시간을 부르는 기도가 될 것이다. 폐광의 마을에서 부르는 어린이의 노래라니, 이보다 더 간절한 희망이 있을까.
필자는 오늘 사회자로 선다.
하지만 아마도, 진행 멘트를 내뱉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뇔 것이다.
“고맙습니다, 석탄이여.
고맙습니다, 갱도의 어둠 속에서도 등을 돌리지 않았던 사람들아.”
음악은 멈추어도, 기억은 멈추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잊지 않겠다는 노래를 부른다.
도계의 마지막 노래가, 곧 우리 모두의 노래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