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아카이브_동해
동해에 비가 내린다.
그토록 기다렸던, 마른땅을 적시는 단비다.
나는 오늘, 우산을 접는다.
세상 모두가 젖어도 괜찮을 만큼의 기쁨이 내리고 있으니까.
정말 얼마나 가물었던가. 바다가 있어도 목마른 도시,
이웃 도시는 제한급수를 고민할 만큼 메말랐던 여름.
그 막바지에서 마침내 하늘이 열렸다.
비를 축복이라 부르기엔 조심스러운 시대다.
폭우는 재난이 되고, 가뭄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비가 사람들의 마음에 꽃을 피우는 듯하다.
이 비는 그저 기상현상이 아니라, ‘기다림의 결실’이다.
며칠 전 한 뉴스를 통해 들은 소식이다. 강릉 지역은
수돗물 제한 조치가 곧 시행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 소식을 들으며, 나는 다시금 예전 어느 해외 여행지의 장면을 떠올렸다.
“비가 내리는 날, 우리는 축제를 열어요.”
남미의 작은 도시였던가,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이었던가.
그곳 사람들은 가뭄이 길면 기도를 올리고,
비가 내리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잔을 들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비가 그저 ‘불편한 날씨’였던 시절.
하지만 지금 나는 안다.
비는 모든 생명의 숨결을 되살리는 은총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
나는 동해에 내리는 이 비를 맞으며 마음속으로 축배를 든다.
비를 기다려온 농부를 위해,
마른논을 바라보며 마음 졸였던 부모를 위해,
수돗물 한 방울을 아껴 쓰던 시민들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도시의 나무와 꽃과 사람들을 위해.
비가 내리는 날은 잔치를 열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그 잔치의 초대장을 받은 셈이다.
오늘 비는 동해의 하늘이 보내준, 가장 촉촉한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