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가 다시 뜬다고?

189. 아카이브_ 동해

by 조연섭

바다는 묵묵하지만, 묵호는 요즘 시끌벅적하다. 그 조용한 항구가 요즘 ‘혼여(혼자 여행) 성지’로 뜨고 있다. ITX 개통, 야시장 개장, 소문난 맛집들은 긴 줄을 서야 먹는 식당들… 마치 각기 흩어진 조각 같던 요소들이 퍼즐처럼 맞물리며 묵호를 다시 뛰게 하고 있다.


혼자여서 더 빛나는, 묵호


묵호는 지금, 혼자의 시간을 환대하는 도시가 되었다. 마치 길고양이처럼 조용히 걸어 들어온 여행자들이, 이곳의 바다 냄새와 노을 속에서 자신만의 사연을 기록하고 있다. 정해진 루트가 없이, 묵호역에 내려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주말 오후는 최근 개장한 야시장도 들리고 작고 예쁜 소품샵과 골목의 숨은 맛집을 발견하는 등 묵호로 향하는 흐름은 이제 하나의 ‘코스’가 되었다.


이 도시엔 여행자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이유 있는 정적’이 있다. 줄 서서 먹는 식당은 물론, 오전 중 재료 소진으로 문 닫는 집도 많아졌다. 이는 입소문이 만든 붐이 아니다. 사람들은 블로그에, 인스타그램에, 짧은 댓글 속에 묵호의 매력을 흘리듯 기록하고 있고, 젊은 친구들은 그것을 수신한다. 여행은 이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공감의 파편이다.


‘혼자’가 모여 만든 에너지


여행작가 채지형, 조성중 부부가 운영하는 여행책방 잔잔하게 옆 찻집에서 채지형 작가를 만났다. 북 페스타 일정으로 만난 채 작가는 말했다. “묵호는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조용히, 깊게 연결되는 곳이에요. 리뷰를 쓰라는 말 하나 없이도 자발적으로 퍼지는 이야기들, 그것이 쌓이니 도시의 문화가 되더라고요.”


묵호는 의도적으로 준비된 관광지가 아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내려와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했다. 주말마다 북적이는 주차라인, 평일에도 북적이는 골목들, “줄 서지 않으면 못 먹는 곳”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ITX 개통 이후, 서울과 동해의 물리적 거리도 줄어들었다. 시간은 돈이 되었고, 여행의 밀도는 더욱 농밀해졌다.


야시장과 문화, 일상이 된 축제


5일, 묵호 동쪽바다 중앙시장은 올해 공모로 선정된 문화관광형 사업과 연계해 야시장을 다시 열었다. 11월 1일까지 주말마다 운영한다고 한다. 피서기간인 7.25(금) 일부터 한 달은 금요일도 밤을 밝힌다. 동해 묵호의 밤을 밝힐 야시장 Summer festa는 DMO 사업 “라면 먹고 갈래? ”등과 함께 또 하나의 묵호 문화가 되고 있다. 허허롭던 길목이었지만, 이제는 청년 창업가와 노포가 함께 숨 쉬는 ‘장터의 도시’로 다시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묵호는 365일 ‘작은 축제’가 벌어진다. 특정 날짜의 이벤트가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연결이 만든 축제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풀어놓는다. 외지에서 온 정착민들이 꾸리는 커뮤니티, 여행자와 로컬이 스치는 찰나의 우정, 그런 것들이 묵호를 특별하게 만든다.


‘여기 살아도 좋겠다’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묵호는 여전히 변화 중이다. 도시재생센터 옆 갤러리, 청년 창업 거리, 예술인의 정착과 그들이 만든 문화 기획들… 하지만 이 모든 흐름에 ‘함께’가 빠져선 안 된다. 외부에서 이주한 사람들은 말없이 조용히 머무르지만, 그들이야말로 이 도시의 새로운 마중물이다.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이 도시에서 여행자가 살고 싶어지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혼자 여행 온 이들이, 어느 날 문득 짐을 풀고 눌러앉고 싶어질 때, 그 선택을 도울 수 있는 도시가 묵호여야 한다. 지역 주민과 정착민, 방문자와 창업가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연결될 수 있을 때, 비로소 묵호는 ‘다시 뛰는 도시’가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가 된다.


묵호는 지금, 다시 뛰고 있다. 그러나 이 뛰는 걸음은 빠르기보다 단단하고 조용하다. 혼자 오는 여행자들이, 제 자리에서 다시 살아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드는 도시. 그 묵호의 내일은, 우리가 오늘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묵호 풍경, 사진_ 잔잔하게 DB
평일 묵호, 사진_ 조연섭


매거진의 이전글평생학습,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의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