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지역학, 강원학 아카이브의 미래?

199. 아카이브_ 동해

by 조연섭

11일, 동해문화원 회의실에 모처럼 ‘아카이브의 현재형’이 모였다. 강원대 국학연구소 한성주 소장, 강원학연구센터 김규윤 센터장, 총괄 디렉터 정지연 박사, 아카이브 담당 홍주홍, 강원학대회 담당 민채윤, 안민주 연구원 등 총 6명의 전문가가 동해를 찾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센터를 정비하고 “강원학아카이브,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그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한 첫 현장 간담회였다.

간딤회를 마치고, 사진_ 윤계주

동해학기록센터에서 그동안 기증받고 준비한 송자대전 간행기록 등 소중한 자료를 돌아본 후 두 개의 현장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동해학기록센터 홍협 연구원이 동해학기록센터의 지난 5년을 압축 보고했다. 지역의 기억을 다지고 길을 내 온 시간이 숫자와 사례로 정리됐다. 이어 필자는 ‘동해문화원 디지털아카이브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이 구상은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바탕으로, 기록의 생산, 토론, 활용 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기록 공간’을 만들겠다는 선언에서 출발한다. 개인 기록과 집단 기억이 공공 자산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목표로 삼는다.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명확했다. 향토사·구술사·민속·사진·영상·문헌·행사기록 등 문화원의 전 지역학 자료에 더해, 시민 기증 자료와 개인·가족 기록, 마을사, 현장 디지털 기록을 지속적으로 수집·편입한다. 그릇만 키우는 일이 아니다. 그릇에 담긴 것을 오래, 널리, 함께 쓰이게 만드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영구 보존, 공공성 강화, 자산화, 시민참여’라는 네 갈래의 목표가 그 뼈대다.


방법론은 기술과 제도의 연결로 제시됐다. 오픈 API 기반의 오픈아카이브를 깔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강원학아카이브와 데이터 연계를 표준화한다. 동시에 지역 전용 플랫폼을 갖추되, 독자 서비스 소싱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설계한다. 시민이 직접 업로드·태그·스토리를 붙이는 ‘클라우드 소싱’도 핵심 축으로 제안됐다.


서비스는 주제, 연대, 공간 기반 검색과 열람을 기본으로, 전시·교육·연구·관광으로 확장해 ‘기록이 움직이는 길’을 만든다. 공공·학술·민간 네트워크를 잇는 확장성도 강조됐다. 기대 효과는 간결하다. 지역학 자료의 디지털 영속성, 공론장으로서 문화원의 역할 강화, 시민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기록문화, 그리고 지역, 광역, 국가 플랫폼 연계로 활용 극대화 등으로 소개했다.

동해문화원 디지털아카이브 계획 발표, 사진_ 조연섭

토론의 온도는 현실적이었다. 필자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의지와 중장기 계획을 한 테이블에서 조율할 작은 포럼을 제안했다. “담론을 좁혀 실행을 넓히자.” 정지연 박사는 도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확인하며, 강원대학교 국학연구소가 ‘자료 중심’, 강원학아카이브가 ‘시스템 중심’을 맡아 지역문화원과 연계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오종식 동해문화원장은 “도 문화원연합회와 손잡고 한 자리에서 통합 사업설명회를 열자. 속도가 붙는다”는 현실적 제안을 보탰다. 요컨대 ‘누가 무엇을 맡고, 언제 어디서 연결할 것인가’가 오늘 논의의 결론이었다.


돌아보면, 오늘의 핵심어는 세 가지였다. 자료, 시스템, 시민 등이다.


첫째, 자료는 쌓는 것이 아니라 ‘쓰이게’ 해야 한다. 5년의 기록은 이미 충분한 출발선이다. 이제는 데이터 사전과 메타데이터 표준을 더 단단히 세워, 타 플랫폼과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발표 안의 연계·API 전략은 이 점에서 설득력이 컸다.)


둘째, 시스템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프로토콜’이다. 시민이 직접 올리고, 태그를 달고, 이야기를 붙이는 순간 품질 관리와 윤리 가이드라인이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기술 도입의 속도만큼, 운영 규범의 정교화가 병행돼야 한다.


셋째, 시민은 이용자가 아니라 ‘공동 제작자’다. 공론장의 심장부는 참여다. 기록의 공공성과 자산화가 말뿐이 되지 않으려면, 기증·구술·태깅·활용의 전 과정에서 시민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참여의 보람(저작/기여 표시, 프로그램 환류)을 명시해야 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명확하다. 강원학아카이브의 다음 단계는 ‘큰 담론’보다 ‘작은 합의’에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분기별 실무 포럼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 자리에서 역할을 합의하고, 멀리, 깊이보고 체계적인 아카이빙을 함께 완성한다면 기록은 플랫폼을 통해 다시 지역으로 흘러들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이야말로, 함께가는 기록이며 K_컬처의 경쟁력이자 공공이 되는 가장 또렷한 증거가 될 것이다.

간담회 포토리뷰, 사진_ 조연섭, 윤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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