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노트_ 맨발걷기
맨발 걷기 559, 광복 80주년 광복절 아침 추암해변입니다. 광복 80주년은 해방의 기쁨은 물론 분단·민주화·평화의 과제를 되돌아보고, 세대 간 기억을 계승하는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과거를 성찰하며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사회적 합의의 출발선입니다.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돌아보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추암해변의 아침 바다는 이미 가을입니다.
햇살은 부드럽게 기울고, 파도는 여름의 장난기를 거둔 채 차분히 숨을 고릅니다. 맨발로 파도를 맞으며 걷다 보니, 모래 위에서 작은 몸짓이 발끝에 닿았습니다.
은빛 비늘이 번쩍였습니다.
멸치 세 마리가 바다를 등지고 모래 위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그 작은 몸이 떨리는 것을 보자, 이유를 묻기 전에 두 손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조심스럽게 떠올려 바다 쪽으로 던졌습니다. 파도는 부드럽게 그들을 감싸 안았고, 금세 수면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모래 위로 이어진 내 발자국이 보였습니다. 노란 양산 뒤에서, 바람을 맞으며, 파도 옆을 따라 걷는 시간. 멸치를 바다로 돌려보낸 손길이 내 마음까지 살려준 듯, 바닷바람이 한결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삶이란, 때로는 거창한 계획보다도 지금 내 앞에 놓인 작은 생명을 살리고, 내 발밑의 길을 천천히 걸어주는 일일지 모릅니다. 오늘 아침 추암해변에서 배운 건 그 단순한 진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