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노트_ 맨발걷기
월요일 아침, 561일 차 맨발 걷기 추암해변이다. 걷기 30여분이 지나자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워지고 나의 눈과 머리는 맑고 환한 다른 세상을 부른다. 문득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동해를 좋아하는가? 흔히들 맑은 바다, 웅장한 파도, 붉은 일출을 떠올린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묻는다면, 동해가 주는 매력은 일반 풍경의 차원을 넘는다. 그것은 삶을 다시 묻고 다짐하게 하는 ‘존재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동해의 수평선은 언제나 앞에 있으나 닿을 수 없는 진리와 같다.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그 선(線)은, 우리에게 인간의 한계를 일깨우면서도 동시에 끝없는 사유의 길을 열어준다. 새벽마다 태양이 솟아오르는 장면은 반복되지만 결코 똑같지 않다. 이는 곧 삶이 매 순간 ‘다시 태어남’ 임을 보여주는 시간의 은유다.
파도는 우리에게 또 다른 진실을 말한다. 밀려왔다 물러가는 그 무수한 움직임 속에서 머무름 없는 생의 흐름을 본다. 어제의 파도는 이미 사라지고, 오늘의 파도 역시 곧 흩어질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무상함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삶의 지속을 체험한다. 그것은 ‘지속되는 무상’이라는 역설,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동해는 ‘동쪽의 바다’다. 동쪽은 곧 시작의 방향,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문이다. 그래서 동해를 바라보는 일은 과거와 현재를 넘어 내일과 조우하는 경험이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깊이 살아야 한다는 묵직한 다짐을 얻는다.
결국 동해가 좋은 이유 그것은 경치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앞에서 우리가 삶을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되는 힘 때문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일은 곧 나를 바라보는 일이 된다. 내가 아침마다 맨발로 동해를 만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동해는 바다 이상의 나의 존재를 비추는 커다란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