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깨달음의 길?

157. 노트_ 맨발 걷기

by 조연섭

“맨발 걷기는 求道(구도)의 삶입니다.”

[맨발걷기_566] 평소 존경하는 문화계 대선배가 SNS에 남긴 한 줄의 댓글이다. 구도란 “도를 찾는다”는 뜻이다. 더 나은 삶, 더 깊은 진리, 더 단단한 자신을 향해 묻고 걸어가는 과정이다. 수행자의 전유물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다.

맨발걷기, 사진_ 조연섭

맨발로 길 위에 선다는 것은 인간과 땅 사이를 가로막던 신발을 벗어내는 행위이며,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려는 작은 선언이다. 해변의 모래, 숲의 흙, 자갈의 차가운 감촉은 우리를 긴장하게도 하고 동시에 위로하기도 한다. 신발 속에서 잊혀 있던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 걷는 이는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자연과 대화하는 존재가 된다.


구도의 삶은 허위를 덜어내고 본질로 향하는 길이다. 맨발 걷기 또한 그렇다. 한 걸음마다 욕심이 벗겨지고, 땀방울이 떨어질수록 마음은 투명해진다. 발바닥에 스민 땅의 울림은 단순 촉감이 아니라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오늘의 사회는 건강을 수치와 데이터로만 평가하고, 삶의 질을 속도와 효율로 재단한다. 그러나 맨발로 걸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건강은 호흡의 리듬이고, 삶은 발자국의 기록이라는 것을. 땅을 직접 딛는 순간, 인간은 본래의 자리를 되찾는다.


아침 해변을 걷는 이들, 숲길을 거니는 이들의 발자국 그것은 질문이고 성찰이며 작은 수행의 기록이다. 평소 존경하는 지인의 말씀처럼 맨발 걷기는 몸을 단련하는 차원을 넘어 영혼을 수련하는 일이다. 단순한 행위 같지만, 결국 우리를 본래의 길로 이끄는 가장 오래된 수행 방식이 아닐까.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가 아니다. 잊힌 감각을 되살리고 본질을 향한 용기를 되찾는 일이다. 맨발로 땅을 딛는 순간, 우리는 일상의 구도를 시작한다. 그 발걸음이야말로 혼란한 시대를 건너는 가장 단단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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