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암 '일출'이 건네는 지혜!

158. 노트_ 맨발 걷기

by 조연섭

맨발 걷기 570일째 되는 날, 일상처럼 추암해변을 찾았다. 동해안 수많은 일출 명소 가운데서도 추암은 바위와 바다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광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날 해돋이는 더욱 특별했다. 태양은 수평선에서 곧장 솟아오르지 않고, 잠시 여명 속에 머물다 갯바위 위에 걸린 듯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누군가가 바위 위에 정성스레 붉은 태양을 올려놓은 듯, 장엄하면서도 신비로운 장관이었다.

추암일출, 사진_ 조연섭

짙은 새벽의 기운은 모래 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차가운 모래와 갯내음을 품은 파도가 발끝을 적시는 순간, 나는 ‘맨발로 걷는다’는 행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했다. 자연과 호흡하며 스스로를 다스리는 작은 의식과도 같았다. 570일 동안 매일 이어온 이 걸음은 나를 단단하게 단련시키는 동시에 자연에 귀 기울이는 길이기도 했다.


이날 아침 추암해변은 유난히 평화로웠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사장을 걷는 맨발러들의 발걸음은 조용한 묵상을 닮아 있었고, 바다에서는 수영 동호회에 속한 주부들이 물살을 가르며 아침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바위 위 태양과 해변의 사람들, 그리고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완성했다.

일출과 수영, 사진_ 조연섭

이 광경을 바라보며 떠올린 것은 삶의 인내와 기다림이다. 해가 떠오르기 전, 여명은 깊고 어둡다. 묵묵히 시간을 견뎌낸 자만이 갯바위에 걸린 태양을 만날 수 있다. 이는 맨발걷기를 이어온 나의 경험이기도 하다. 날마다 반복되는 걸음 속에서도 어느 날 문득, 삶이 주는 선물 같은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추암 일출은 말없이 일러준다. “끝까지 걷는 자만이 이 광명을 본다.”

오늘의 평화로운 아침은 그렇게 삶의 지혜를 건넸다. 바위에 걸린 태양처럼, 우리의 노력과 기다림도 언젠가 빛나는 장면으로 드러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맨발 걷기, 깨달음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