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허시명이 추천하는 동해 가을 여행

203. 아카이브_ 동해

by 조연섭

올가을, 동해를 여행하는 가장 멋진 방법_ 허지명 전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출근길 맨발 걷기 579일째, 오늘 곁에는 특별한 동행이 있었다. 술평론가이자 막걸리학교 본부 교장인 허시명 선생님이다. 해변 기온은 영상 24도,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추암 해변의 아침.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여명 아래, 유유히 날아오른 왜가리 한 마리가 맨발러를 환영하는 듯했다.


최근 강원막걸리학교의 모태인 북평합동양조장을 인수해 ‘문화양조장’이라는 새로운 꿈을 빚고 있는 허교장은 오늘 국가유산청 공모사업 증류소주 탄생과정 녹화를 위해 강원막걸리학교를 방문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교장선생에게 문득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다. 여행작가이기도 한 그라면, 분명 동해의 숨겨진 속살을 꿰뚫어 보고 있을 터였다.

추암 집어등 불빛으로 항해하는 고깃배, 사진_ 조연섭

“선생님, 올가을 동해를 여행하는 가장 멋진 방법 하나만 추천해 주시겠습니까?”

내 질문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의 추천은 유명한 맛집도, 잘 알려진 관광 명소도 아니었다.

“이른 아침, 노봉 대진과 어달을 시작해 묵호와 한섬을 지나 이곳 추암과 증산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 해안선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여행이 있습니다. 바로 수평선 멀리 아스라이 떠 있는 ‘불빛 여행’이지요.”

불빛 여행? 낯설지만 낭만적인 단어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가 말하는 불빛은 밤새 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고깃배들의 집어등(集魚燈)이었다. 칠흑 같은 바다와 새벽하늘의 경계선 위에서 점점이 빛나는 그 불빛들은 마치 하늘에서 별들이 내려와 바다 위에 잠시 머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동해 집어등 한섬불빛, 사진_ 조연섭
동해 집어등 한섬불빛, 사진_ 조연섭

그의 설명을 듣는 순간, 눈앞에 풍경이 그려졌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해안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검푸른 바다 저편, 수평선 위에 일렬로 늘어선 불빛의 군집. 그것은 밤새 거친 파도와 싸우며 삶을 길어 올린 어부들의 치열한 땀방울이자, 만선의 꿈을 싣고 돌아오는 희망의 신호다. 허시명 평론가가 추천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동해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여행이었던 것이다.

추암해변을 맨발로 걷는 허시명 교장, 사진_ 조연섭

우리는 흔히 여행을 떠나 ‘무엇을 볼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의 고수들은 ‘어떤 순간을 만날까’를 생각한다. 허시명 평론가가 제안한 ‘불빛 여행’이야말로 동해의 가을이 선사하는 가장 깊고 내밀한 ‘순간’을 만나는 방법이다.


이른 새벽 부지런함과 약간의 운만 있다면 누구나 이 경이로운 풍경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올가을, 동해를 찾을 계획이라면 잠시 스마트폰의 맛집 지도를 내려놓고, 알람을 새벽 5시에 맞춰보자. 수평선에 떠 있는 별무리 같은 불빛들이 당신의 가을을 가장 눈부신 순간으로 밝혀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기록은 역사를 밝히는 등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