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노트_ 맨발걷기
강원문화연구소 허준구 소장, 레아박 작가기족과 함께 휴일 581일 차 추암해변을 걸었다. 소장은 바다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추암해변은 미인의 눈썹을 닮았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 그랬다. 대부분의 해변이 직선으로 뻗어 있는데, 추암은 타원형을 그리며 부드럽게 휘어진 곡선을 품고 있었다. 바다는 파도를 얹어 그 곡선을 따라 다정하게 밀려왔고, 모래 위에는 누군가의 발자국이 잔잔한 호흡처럼 이어졌다.
그 곡선 위를 걷는 맨발러들의 행진은 마치 눈썹 끝에 붙은 눈꼬비처럼 작고도 섬세했다. 인간이 아무리 바다를 점유하려 하고, 해변을 개발하려 애쓴다 해도,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결국 작은 점 하나일 뿐임을 보여준다.
581일 동안 이어온 맨발 걷기의 발자국도, 결국은 파도가 지우면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파도와 모래, 바람과 햇살이 함께 만든 유일한 기록으로 존재한다. 추암해변은 그 자체로 인간의 덧없음을 가르치면서도, 동시에 자연이 주는 너그러움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한다.
흔치 않은 눈썹 같은 곡선의 해변을 걷는 일은 곧 자연의 눈빛을 마주하는 일과 같다. 그 눈빛 앞에서 우리는 겸허해지고, 또다시 내일의 걸음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