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지역N문화

복제할 수 없는 문화, 문화강국의 힘

13. 지역N문화_ 2025 지역문화박람회

by 조연섭

손진택 감독, 지역문화박람회 특강서 한국 연극의 정체성과 미래 문화 비전 제시


【김해_현장】 9월 26일 김해에서 열린 2025 지역문화박람회 기념 지역문화원장 세미나가 열렸다.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이자 마당놀이 개척자로 알려진 손진택 감독은 특강을 통해 한국 연극의 뿌리와 미래 문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대진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 오종식 동해문화원장 등 200여명의 지역문화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강의는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성찰하는 자리로 큰 호응을 얻었다.

강의중인 손진택 감독, 사진_ 조연섭

손 감독은 1981년 ‘마당놀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이후 40여 년간 한국 연극 현장을 지켜온 연출가다. 그는 “문화강국은 경제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문화를 가진 나라가 진정한 문화강국”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마당놀이는 세계 어느 연극보다 살아 있는 예술이다. 관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대규모 출연자이며, 서로 마주 보는 상대 관객은 곧 내 마음의 거울”이라고 강조했다.


감독은 또 마당놀이의 본질을 ‘참여의 연극’으로 규정했다. “옛것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사회 문제와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함께 웃고 풍자하며 극복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마당놀이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희극정신, 풍자, 해학은 한국 연극의 핵심 미학이며, 이는 눈물에 머무는 수동적 ‘한(恨)’이 아니라 고통을 웃음으로 넘어서는 적극적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


감독은 한국이 계승한 연극유산으로 가면극(탈춤) 판소리 꼭두각시 인형극 동해안 별신굿 등을 꼽으며, 지역문화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각 지역의 설화와 역사, 인물을 소재로 새로운 마당놀이를 창작한다면 공동체적 공감과 문화적 자부심을 키우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문화 방향에 대한 질문에는 기록문화를 강조했다. 손 감독은 “우리 민족은 『승정원일기』와 같은 일일 기록 전통을 남긴 세계적으로 드문 민족”이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 기록문화 안에서 보편성을 발견해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강의에 집중하는 지역문화원장님, 사진_ 조연섭

이날 특강은 한국 연극의 정체성과 지역문화의 미래를 함께 성찰하는 자리였다. 지역문화원장들은 “전통은 멈춰 있는 골동품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며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손 감독의 발언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지역문화박람회를 찾은 관계자들은 “지역문화의 뿌리를 재조명하고, 한국 문화의 보편성과 독창성을 세계로 확장할 새로운 동력을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강의실, 사진_ 조연섭
손진택 감독

한국 공연예술계에서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대표적 연출가다. 그의 작품 세계는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 전통극의 방법과 정신을 현대적 맥락에서 새롭게 되살리는 데 주력해 왔다.

활동과 업적

1974년부터 마당극과 창극 등 다양한 장르를 연출하며, 한국 전통극과 현대극의 조화를 추구했다.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 개막식 연출을 맡아 전 세계 무대에 한국 공연예술의 역동성을 알렸고, 한국연극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진흥단 이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국가 문화정책과 현장의 예술을 잇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의 공로는 2010년 국민훈장 목련장 수훈으로도 인정받았으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하면서 한국 연극계의 제도적 기반과 창작 환경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현재는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원으로서 후학 양성과 한국 연극의 철학적 뿌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예술 철학

손 감독은 “옛것을 오늘로 표현한다”는 신념 아래, 가면극·판소리·꼭두각시 인형극·동해안 별신굿 등 한국 전통 연희의 정신을 무대에 재현하며, 관객을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참여자로 이끄는 참여형 연극을 지향해 왔습니다. 그는 전통과 현대,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며, 연극을 삶과 공동체의 장으로 확장해왔다.

주요 작품

한네의 승천(1975), 지킴이(1987, 오장군의 발톱(1988), 남사당의 하늘(1993), 하늘에서 땅에서(1996), 죽음과 소녀(1998), 은세계(2008) 등 다수

손진택 감독은 연극은 물론 한국 공연예술 전반의 토대를 확립한 인물로, 한국 문화예술의 뿌리를 세계 속에 새기는 길을 개척해온 연출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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