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지역N문화
28일, 동해 북평 장터 문화광장에서는 추석 마중을 위한 장터 ‘가요무대‘가 열렸다. 마을 공동체의 오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자리였다. (사)강원민예총 동해지부가 주관하고 강원문화재단이 후원한 이 무대는 전문 예술인이 멘토로 시민이 직접 악단이 되고, 또 다른 시민이 노래하는 형식으로 꾸려졌다. 관객으로 온 주민들도 수동적 감상자가 아니라 노래를 직접 부르며 참여하는 시간을 마련해 박수를 받았다. 이곳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사라지고, 모두가 한데 어우러진 생활 예술의 장이 펼쳐졌다.
그 풍경은 ‘사회적 예술’의 의미를 실감하게 하는 현장이었다. 무대와 객석이 동시에 행복할 때,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된다. 곧 예술이 특정 전문가의 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누구나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무대다.
이날의 가요무대가 특별했던 까닭은, 그 속에서 우리의 옛 공동체 문화를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두레를 꾸리고, 농사일이나 마을 일을 함께 하며 서로의 삶을 지탱해 왔다. 두레문화는 마을을 세워온 사회적 예술의 원형이었다. 모두가 주인이 되고, 모두가 참여하며, 모두가 즐거워하는 그 자리는 공동체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장이기도 했다.
북평 장터의 무대는 바로 그러한 두레문화의 현대적 재현이었다. 장터라는 생활의 공간이 곧 공연장이 되고, 주민이 곧 예술가가 되며, 노래와 박수 속에서 마을이 하나 되는 경험은 공동체 예술이 가진 사회적 가치와 뿌리를 다시 확인하게 해 준다.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을 빌리면, 이날의 무대는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함께 참여하는 작은 민주적 예술 공론장이었다. 예술이 삶 속으로 스며들 때, 그것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초를 다지는 힘이 된다.
해오름청춘악단, 동해시민합창단, 테너 김창열, 이창수, 바리톤 김주창, 소프라노 김규숙, 가수 김난영, 김남인, 김미경 등이 출연한 북평 장터 가요무대는 주민 모두가 주인이 되는 무대였고, 주민이 스스로 즐거워하며 마을의 의미를 재발견한 자리였다. 옛 두레문화의 기억을 오늘의 생활 속에서 되살려낸 이 경험은, 예술이 공동체를 세우는 또 하나의 방식임을 잘 보여준다. 유재민 지부장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이런 무대가 확산될 때, 예술은 더욱 살아 있고 민주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포토리뷰, 사진_ 동해민예총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