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지역N문화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나간다. 도시의 도로는 다시 북적이기 시작하고, 마을길은 잠잠해진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던 가족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가 끝나간다. 명절의 풍경은 늘 그렇듯 ‘만남과 헤어짐’의 순환으로 완성된다.
추석은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되새기며 ‘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의식의 순간이다. 조상의 삶을 기리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 일은, 결국 나라는 존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 행위이기도 하다. 세월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삶의 근원을 돌아보는 일, 그것이 명절의 본질이다.
그러나 연휴 마지막 날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길었던 쉼이 끝나면 다시 현실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 속에는 역설적으로 ‘삶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것은 다시 관계를 이어가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명절의 시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결국 ‘속도의 전환’이다. 빠름의 시대 속에서 잠시 멈춰 선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비로소 삶의 깊이를 되찾는다. 부모님의 손마디에서, 아이들의 웃음에서, 오래된 친구의 안부에서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기대며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추석은 끝나지만 관계는 계속된다.
연휴가 남긴 잔향을 품고 다시 일터와 학교, 혹은 바다와 산책길로 나아가는 오늘, 우리는 또다시 삶의 리듬을 만들어간다. 일상은 반복이 아니라, 기억과 다짐이 덧칠된 ‘새로운 순환’이다.
한가위 보름달이 비추던 그 빛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작지만 단단한 불빛 하나를 켜보자. 그것이 연휴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