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노트_ 맨발걷기
맨발 걷기 689일 차, 추암해변이다.
날씨는 맑음, 기온은 아침 7도.
공기는 제법 차가워졌지만, 바닷물은 여전히 포근하다.
오늘도 밀려왔다 밀려가는 추암해변을 맨발로 걸었다.
갑자기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고 한때 국민가요로 불리던 부산대 출신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소리에"가 생각났다.
노래 가사는 "파도가 밀려오고 썰물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통해, 지나간 소망과 꿈, 그리고 다시 채워지는 마음을 노래했다.
반복되는 파도 소리를 인생의 순환과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요즘 대학원 논문, 직장 정년, 공직자 허위보고 대응준비 등과 관련해 여러 가지 사람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오늘 아침 다시 다짐한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그릇으로 다시 채워지겠지...!
차가운 모래와 따스한 햇살이 공존하는 이 계절, 그 미묘한 균형 속에 ‘가을의 정점’이 있다.
추암은 지금,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깊은 색을 품고 있다.
여름의 번잡함이 모두 물러나고, 파도는 잔잔한 숨결로 바다의 속살을 드러낸다.
촛대바위 너머로 솟아오르는 일출은 더 이상 요란하지 않다.
그저 묵묵히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며, 가을의 고요함을 온전히 품어낸다.
해변 맨발 걷기는 이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명상이다.
모래의 차가움이 신경을 깨우고, 바닷물의 염분이 피로를 씻어낸다.
걷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이 정리되고, ‘멈춤’이 주는 힘을 배운다.
가을은 그렇게, 걷는 자에게 마지막 선물을 건넨다.
요즘 많은 이들이 단풍을 찾아 산으로 향하지만, 진짜 가을은 바다에 남아 있다.
바람의 결이 다르고, 파도의 속도가 다르다.
산의 가을이 눈으로 보는 계절이라면, 바다의 가을은 온몸으로 느끼는 계절이다.
이제 곧 겨울이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전에, 한 번쯤 추암을 찾아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보기를 권한다.
붉은 일출과 잔잔한 파도,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당신 곁을 따라오는 고요…
그곳에 ‘진짜 가을’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