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만학일기

‘일기 쓰기’, 중요한 이유?

89. 노트_ 만학일기

by 조연섭

하루 한 줄의 기록이 삶을 바꾼다


“공부 비결이 뭐예요?”

사법시험 3년 만에 합격한 지인에게 물었다. 화려한 공부법이나 특별한 암기 비법을 기대했는데,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일기 쓰세요. 하루에 한 줄이라도 좋으니까.”

프롬프트_ 조연섭

일기? 공부와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는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공부의 시작입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필자 역시 대학원생이다. 주요 강의 후기를 작성하는 습관이 있다. 강의를 반복 듣는 것도 좋지만 한번 기억하며 써보는 일은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일 수많은 다짐을 한다. ‘오늘부터 영어 공부 시작’, ‘이번 주는 꼭 운동’, ‘다음 달엔 책 10권’. 그런데 한 달 뒤 기억나는 다짐이 몇 개나 될까. 기록하지 않은 다짐은 안개처럼 흩어진다.


일기는 증거다. 내가 오늘 무엇을 했고, 무엇을 생각했고, 어디서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블랙박스다. “오늘은 2시간 공부했다”라고 쓴 순간, 그것은 사실이 된다. “오늘은 게을렀다”라고 쓴 순간, 내일을 다시 시작할 명분이 생긴다.


그 합격자는 말했다. 일기를 쓰며 자신의 공부 패턴을 발견했다고. 아침형 인간인 줄 알았는데 실은 밤 10시부터 집중력이 올라갔고, 카페보다는 도서관에서 더 오래 버텼으며, 민법은 오전에, 형법은 오후에 공부할 때 머리에 잘 들어왔다고.

이 모든 걸 알게 된 건 일기 덕분이었다. 3개월치 일기를 펼쳐놓고 패턴을 찾았더니,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이 보였다는 것이다.

한 줄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바빠서 일기를 어떻게 써요.”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한 줄이면 됩니다.”

일기는 문학이 아니다. 감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내거나 하루를 극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없다. 그저 기록이면 된다.

“오늘 민법 50페이지, 집중력 떨어짐.”

“형법 판례 10개, 이해 안 되는 부분 체크.”

“아침 7시 기상, 오전 공부 효율 좋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줄이 모이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이면 1년이 된다. 그리고 그 1년의 기록 속에서 나만의 공부법, 나만의 리듬, 나만의 방식이 드러난다.

일기는 거울이다


일기의 진짜 힘은 ‘자기 객관화’에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자신에 대해 가장 무지하다. “나는 열심히 했다”라고 생각하지만, 일기를 보면 일주에 사흘은 게으름을 피웠다. “나는 집중력이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일기를 보면 특정 과목, 특정 시간대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일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혹할 정도로 정직하다. 그래서 때로 마주하기 두렵지만, 바로 그 두려움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공부뿐만이 아니다

이 원리는 공부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식단 일기를 쓰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운동하는 사람이 운동 일기를 쓰면 꾸준함이 생긴다. 글 쓰는 사람이 습작 일기를 쓰면 실력이 는다.

기록은 의지를 만들고, 의지는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


오늘부터 시작하라

지금 당장 노트를 펴고 한 줄을 써보자.

“2025년 11월 9일, 칼럼 하나 읽음. 일기 쓰기로 결심.”

이 한 줄이면 충분하다. 내일은 두 줄이 될 수도 있고, 여전히 한 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분량이 아니라 ‘계속’이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일기를 먼저 권한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일기는 공부법이 아니라 삶의 태도였다. 자신을 기록하고, 돌아보고, 개선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공부의 시작이자, 성장의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당신의 일기장 첫 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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