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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역N문화

340년 북평민속오일장, '2025 가요무대' 성료

51. 지역N문화

by 조연섭

2025년 북평민속오일장 특집으로 마련된 '가요무대'가 23일 세 번째 공연을 끝으로 올해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단법인 강원민예총 동해지부가 주관하고 강원문화재단이 후원한 이 무대는 장터라는 일상의 한복판에서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완성한 생활문화 프로그램으로, 북평오일장의 역사와 지역 예술의 외연을 한층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요무대, 사진_ 김호원 DB

이번 가요무대는 일반 공연 형식을 탈피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김창열 테너가 지휘로 나선 해오름 청춘악단의 라이브 연주와 가수 이창수, 김난영, 김남인, 김미경, 바리톤 김주창, 소프라노 김규숙 등 전문 가수와 시민 가수들이 함께 주인공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오카리나총연합 동해지부 심재춘 지부장과 가수 강영화, 지역 청년 버스킹 그룹 ‘노을빛소리’ 우정출연 역시 지역 단체간 네트워크 확장 개념에서 긍정적인 평가다.


장터에서 노래는 오랫동안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 온 감정의 언어였다. 그 맥을 잇듯 주민들은 투박하지만 진솔한 자신만의 목소리로 무대를 채웠다. 객석의 관객들 역시 노래가 끝나면 후렴을 이어 부르며 화답했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이내 허물어졌다. 이날 장터는 '관람하는 공연장'보다 '함께 만드는 사회적 예술'의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강원민예총 동해지부 유재민 지부장은 "문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발견하고 스스로 키워가는 것"이라며, "이번 무대는 주민이 곧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자리였고, 이를 통해 지역문화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재확인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유지부장은 "앞으로도 시민이 주도하는 생활예술 프로그램을 확대해 지역 문화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해 나가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가요무대는 지역 장터라는 생활공간이 어떻게 예술의 터전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 참여자들은 노래를 통해 서로의 삶을 확인하고 응원했으며, 이는 단순한 여흥을 넘어 지역 공동체를 결속하는 매개체로 작용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성과는 무엇보다 문화 참여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예술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점, 그리고 5일장이라는 생활공간이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나아가 주민들의 참여가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북평민속 5일장 가요무대는 최근 문화 정책의 주요 흐름인 '사회적 예술'의 가치를 현장에서 실증했다. 예술이 전문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주민의 삶 속에서 생동할 때 지역 문화는 비로소 깊이를 갖는다. 무대에 선 주민들은 그날만큼은 모두가 가수였고, 장터는 근사한 콘서트홀이었다. 노래가 끝난 자리에는 웃음과 박수,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연대감이 남았다.


가요무대 진행자로 참석한 필자는 "척주지의 기록에 340년 전부터 3.8일에 북평장이 열렸다는 기록이 있다." 라고 전했다. 결국 기존에 알려진 정조 20년부터 장이 시작됐다는 기록은 잘못된 기록이라며, 깊이 있는 연구가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북평 장터에서 시작된 노래 한 자락이 지역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히고 있다. 문화의 진정한 힘은 거창한 무대가 아니라, 이토록 삶의 현장을 품은 작은 무대에서 더 선명하게 빛난다.

가요무대를 위한노래, 촬영_ 김호원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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