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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역N문화

따뜻한 선행, 소장님 감사합니다.

50. 지역N문화

by 조연섭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이 닳아 없어질 것 같은 순간이 온다. 특히 지역문화현장은 그 무게가 남다르다. 치열한 현장을 누비다 보면 열정은 쉽게 마모되고, 관계의 무게가 거친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한다. 필자 역시 맨발 걷기와 글쓰기처럼 오롯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들로 마음을 추스르며 한 해를 버텨왔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고독한 노력마저 무력해지는 순간이 있다.


마음이 허기진 19일, 반가운 손님 일행이 필자가 몸 담고 있는 동해문화원 원장실을 방문했다. 바로 수산인더스트리 북평사업소 나용원 소장 일행이다. 소장은 올해도 변함없이 동해문화원에 후원금을 전달하며, “지역문화의 경쟁력은 <지역다움>이며, 그 지역다움을 지키는 힘은 결국 <지역 사람>”이라는 묵직한 인사말을 남겼다. 소장의 선행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어느덧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오종식 동해문화원장, 김종문 이사, 수산인더스트리 북평사업소 나용원 소장 외, 사진_ 조연섭

금액의 크기를 떠나 그 안에는 지역문화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담겨 있다. 지역문화는 화려한 예산이나 거창한 시설이 아닌, ‘사람의 마음과 시간’으로 빚어지기 때문이다. 현장을 누비는 직원들의 노고, 역사를 기록하는 손길, 주민과 소통하며 동행하는 과정까지. 이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버티고 견뎌야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나 소장은 불경기에도 후원금을 전달하며, 올해도 “문화원 가족이 연말에 따뜻한 만찬을 나누길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이 사례는 물질적 후원을 넘는 지역문화 활동가들에게 건네는 ‘당신의 수고를 깊이 안다’는 인사이자,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단단한 연대다.


이 진심 어린 격려는 지쳐 있던 직원들과 필자에게도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맨발 걷기와 글쓰기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텨온 날들, 그 틈새로 스며든 이 따뜻한 응원은 다시 일어설 명분이 되어주었다.


지역문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렇게 오래 이어지는 묵묵한 마음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관심은 생각보다 깊고 멀리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확인하게 된다. 왜 한 사람의 선의가 모두를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아마도 사람을 지탱하는 가장 확실한 힘은 ‘서로를 향한 변함없는 마음’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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