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역N문화
조성중·채지형 작가 부부, 4년간의 묵호 정착기를 렌즈에 담다. 갤러리바란, 12월 31일까지 ‘언제라도 동해’ 사진전
동해 묵호는 오래 볼수록 ‘묵호다움‘이 넘치는 ‘새로움’의 도시다. 이곳에 정착한 여행작가 부부 조성중·채지형은 지난 4년간 동해를 누비며, 매 순간 다른 선을 그리며 변화의 리듬을 드러내는 파도를 관찰해 왔다. 두 분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어둠을 기다리는 일출 전 풍경, ‘기다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의 켜, 그리고 드론으로 촬영한 동해의 또 다른 표정들이었다.
‘언제라도 동해’ 전시는 이들 부부가 발견한 묵호와 동해의 새로운 흐름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자리다. “동해에서는 누구나 새로워질 수 있다. 이곳에서 당신의 ‘새로움’을 발견하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메시지처럼, 이 전시는 동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지속가능한 변화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느림 속에서 발견한 변화의 리듬
전시는 크게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Section 1. 빛이 먼저 닿는 도시, 동해에서는 ‘새로움을 느끼는 세 가지 시선’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동해의 파도다. 파도는 같은 형태를 반복하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선을 그리며 변화의 리듬을 드러낸다. 두 번째는 어둠지만 밝음을 기다리는 일출 전 풍경이다. 이 섹션은 ‘기다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세 번째는 하늘에서 본 동해다. 드론으로 촬영한 시선은 동해의 또 다른 표정을 보여주고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Section 2. 도시에 스며든 작은 파동에서는 ‘여행책방 잔잔하게 4주년 아카이브’를 소개한다. 여행책방 잔잔하게는 지난 4년 동안 동해와 여행자, 지역 주민을 잇는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 이 기록을 통해 작은 책방의 지속적인 활동이 어떻게 도시의 감수성을 바꾸고, 지역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는지를 엿볼 수 있다.
Section 3. 쓰는 마음에서는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일기, 편지, 버킷리스트, 좋은 문장, 펜을 들고 무엇이든 써보라는 제안이다. 좋은 일이 시작되는 공간으로서의 전시장을 지향한다. 나도 “두분 작가님이 계셔서 늘 묵호가 빛납니다.” 라고 쓰는 마음에 참여했다.
지역문화 아카이브로서의 의미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지역문화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4년간 축적된 여행책방의 활동 기록은 동해시라는 지역이 어떻게 외부 이주자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특히 조성중·채지형 작가 부부는 서울에서 동해 묵호로 이주 정착한 케이스로, ‘지역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외부자의 시선과 내부자의 애정을 동시에 갖춘 관찰자로서, 동해가 가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를 문화적 콘텐츠로 재구성해냈다.
시민 참여형 아카이브의 가능성
전시 마지막 섹션에서 제안하는 ‘쓰기’는 시민들이 직접 동해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참여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문화정책 담론에서 강조되는 ‘시민 주도형 문화 아카이브 구축’과 맥을 같이 한다. 전문가 중심의 일방향 기록이 아닌, 시민들의 일상과 감각이 기록되고 공유되는 플랫폼으로서 지역 문화공간이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느린 발견’
“동해는 ‘새로움’의 도시”라는 작가의 표현은 역설적이다. 빠른 변화와 개발이 아닌, 느린 관찰과 기다림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움’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간 정착 과정에서 부부가 발견한 동해의 진정한 가치는 눈에 띄는 랜드마크나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 다르게 찾아오는 파도, 어둠 속에서 기다리는 일출의 순간, 작은 책방에서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 ‘ 묵호다움’ 이였다.
이는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기적 성과나 양적 확대보다, 지역 고유의 리듬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새로움’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전시실로 초청한 채지형 작가는 전시 소감을 묻는 필자에게 “동해의 새로움을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책방 잔잔하게의 4년은 언제나 ‘함께’하는 ‘묵호다움‘의 시간이었고, 그 시간이 오늘 전시로 이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잔잔한 묵호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과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언제라도 동해’는 오는 12월 31일까지 갤러리바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여행자, 시민 누구나 자신만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