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아카이브, 법 뒷받침될 때 ‘통합’된다!

66. 지역N문화

by 조연섭

강원대학교 ‘국학연구소’가 12일 춘천 캠퍼스 인문대 강당에서 개최한 “지역학 기관 간 연계방안 연구“ 심포지엄에서 한 가지 인상 깊은 제안이 나왔다.


강원대 이상균 교수는 “지방문화원진흥법 형태의 법 개정을 통해 정부 차원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소 까다롭고 행정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그 길이 결국 정답이다”라는 결론이었다.

전문가 의견 참여 이상균 교수, 사진_ 조연섭

이 교수의 주장은 지역문화의 디지털 전환을 ‘선의의 협조’나 ‘사업 공모’ 수준에 머물게 하지 말고, 제도적 의무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문화원과 지역문화 관련 기관들은 각자의 자료를 조심스레 쌓아가고 있지만, 데이터는 흩어져 있고 표준화도 미비하다. 결국 ‘디지털 아카이브의 섬’이 전국적으로 흩어진 셈이다.


문제는 이 자료의 가치가 ‘통합’될 때 비로소 빛난다는 데 있다. 지역의 구술사, 사진, 영상, 기록물 등이 공공 데이터로 연계된다면, 그 지역의 정체성은 행정 문서가 아닌 ‘삶의 흔적’으로 되살아난다. 나아가 AI 분석과 API 연계 같은 기술적 확장을 통해 지역학 연구, 교육, 관광,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도 크다. 그러나 이런 플랫폼은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구축되지 않는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법적 근거”가 전제되어야 한다.


1965년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처음 시행된 지 60년 흘렀다. 지방문화원진흥법 제8조의 2(지역문화사업 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ㆍ관리)에는 “지방문화원은 제8조 제1항 각 호의 지역문화사업의 자료에 관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유지ㆍ관리하여야 한다.”라고 2017년 11.29일 신설됐다.

(출처 : 지방문화원진흥법 일부개정 2020.06.09 [법률 제17417호, 시행 2021.1.1.] 문화체육관광부 | 사법정보공개포털 법령)

이 조항에 “ 한국문화원연합회와 지역문화원은 K_문화의 뿌리, 지역학을 중심으로 공공영역으로 통합 아카이브를 재 구성해야 한다.”라고 법령을 개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면 지역문화 아카이브 구축은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문화원의 역할은 지역사 연구에서 문화 프로그램 생산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디지털 기록의 관리로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문화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법이 기술과 함께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지역의 기억을 보호하고, 시대정신을 전승하는 ‘문화의 공공망’이다. 정부가 ‘강제력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일은 어쩌면 자유의 제약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지역이 스스로의 유산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필요조건이다. 통합 플랫폼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복잡하지만, 그 길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지금, 법을 고쳐야 한다.

포토 리뷰, 사진_ 조연섭•홍협
매거진의 이전글커피는 ‘교과서‘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