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묵호와 논골담길', 인사동에 걸린다

67. 지역N문화

by 조연섭

동쪽나라 ‘동해 풍경‘과 묵호 기억의 중심 '논골담길'의 서사가 서울 인사동 전시장 한가운데 선다.


미농(美農) 김명화(미술학 박사) 작가의 제4회 개인전 ‘동해! 영원을 잇다’가 2026년 1월 7일(수)부터 13일(화)까지 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 1층 전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지역의 풍경’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보다 ‘기억의 형식’으로 전환하여 제시한다. 대표작 '묵호 낮 풍경' 일부는 바다의 푸른 결 위에 산의 중첩, 항만과 산업의 흔적, 생활권의 리듬을 한 화면에 포개어 "동해라는 장소가 품은 시간의 밀도"를 전면에 드러낸다.


김명화 작가는 전통 수묵 문법을 지키면서도 경계를 넘어서는 실험을 지속해 왔다. 그가 제시하는 핵심 키워드는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카멜레온 아트, 일명 ‘멀티크롬 잉크페인팅’이다. ‘모노크롬(단색 수묵)’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국화가 국제적 감각과 대화하기 위해 어떤 확장과 변주를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색채와 층위, 현장성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작품 세계는 ‘동해’만으로 닫히지 않고, ‘동해를 통해 세계로’ 확장된다. 전시 자료에 함께 소개된 '케냐의 사파리 파크 산책' 일부는 바로 작가가 말하는 ‘연합과 소통’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장면이다. 낯선 풍경을 통과하며 돌아온 시선이, 결국 묵호의 바다를 더 선명하게 읽어내는 순환적 구조를 갖는다.


작가의 이력은 이러한 ‘확장’의 배경을 명확히 보여준다. 김명화 작가는 중앙대 예술대학 한국화학과와 호남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케냐 케냐타 국립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 수묵과 케냐(마사이) 잉크 페인팅 접점을 탐구한 연구 경험은 이번 전시의 문제의식인 ‘동해의 풍경을 세계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묵호와 그 속에 위치한 ‘논골담길’이 함께 전시된다는 점이다. 논골담길은 골목의 서사와 주민의 삶을 문화적 자산으로 엮어낸 대표적 장소로 평가받아왔다. 갤러리 안에 그림과 함께 ‘길’의 서사가 구현될 때, 관객은 묵호를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걷는 방식’으로 체험하고 이해하게 된다. 풍경은 눈앞의 이미지에서 곧 발밑의 기억으로 옮겨 간다.


전시 개막은 전시 첫날인 2026년 1월 7일(수)에 진행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동해! 영원을 잇다’는 서울 한복판에서 동해의 이름을 크게 적어 걸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지역을 단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문화"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동해의 바다와 골목이 인사동에 걸리는 순간, 이 전시는 도시의 감각을 다시 배우게 하는 중요한 문화적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공식 리후렛, 포스터, 김명화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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