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친구들의 '눈물 젖은 우정'

68. 지역N문화

by 조연섭

12월 18일(목) 저녁, 동해시 커피 핫플 카페 '감성'에서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화려한 무대 장치도, 상업적인 티켓 판매도 없었다. 오직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만이 감도는 이곳에서, 반세기를 이어온 두 남자의 우정이 음악이라는 그릇에 담겨 세상에 나왔다.


“멋지게 살아줘서 고맙다" vs "이 나이에도 가슴이 뭉클하다"


이날 열린 joint concert in 동해 '감성' 콘서트는 권영한 전 태백문화원장이 50년 지기 대학동기 친구인 '카페 감성' 이성희 대표에게 바치는 헌정 무대였다. "지난 50년 동안 멋지게 살아줘서 고맙다"는 권 전 원장의 짧은 고백은, 국립합창단 출신 메조소프라노 김미경과 명지대학교 초빙교수 바리톤 김승환의 깊은 성량에 실려 이 대표에게 전해졌다.


음악이 끝난 후, 마이크를 잡은 주인공 이성희 대표의 답사는 공연의 백미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친구를 향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털어놓았다.

이 대표는 "우정이 깃든 배려가 이 나이에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며 "권영한 전 원장은 나에게 있어 친구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어 그는 "늘 친구의 건강이 염려스럽지만, 아침마다 해맑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날 때면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된다"며 "이 안도감이야말로 부정할 수 없는 우리 둘만의 깊은 우정의 증거일 것"이라고 고백해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부디 남은 인생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 아껴주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는 그의 마지막 말은 베르디의 선율보다 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사적 우정'이 '공적 감동'으로… 기립박수 쏟아진 현장


이날 카페 홀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은 두 사람의 모습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두 친구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관람객 중 성민교회 김상우 목사님과 오랫만에 본 가수 허소영 씨는 “나이 듦이 서글픈 것이 아니라,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흔치 않은 무대"라며 "친구가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예뻐서 보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라고 전했다.


사회자 "아름다운 우정, 시민정신으로 이어지길"


이날 행사의 진행을 맡은 필자는 이번 콘서트를 단순한 사교 모임을 넘어선 '지역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클로징 멘트를 통해 "오늘 우리가 목격한 것은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이 따뜻한 마음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 타인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삭막해져 가는 개인주의 시대, 동해의 작은 카페에서 피어난 50년 우정의 세레나데는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위로는 진심'이라는 평범하지만 잊힌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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