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새 명함, 나는 다시 현장으로 출근한다

227.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정년퇴직으로 내 일상을 정리하던 한 달, 뜻밖에도 한 장의 명함이 새로운 시작을 선언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조연섭’. 기자가 된 지는 몇 년이 지났지만, ‘명함을 받는 기자’가 되는 순간은 또 다른 결의 장면이었다.


명함은 종이가 아니라, 조건을 넘어선 ‘현장’의 증명서


며칠 전, 충주 관아골을 취재한 기사가 오마이뉴스에서 ‘으뜸기사’로 채택되었다. 그 한 번의 ‘으뜸’은 하룻밤 새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560건의 기사 채택, 현장에 대한 집요한 기록,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문장들. 그 축적이 문턱을 넘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 신청에는 조건이 있다.

‘버금기사 5건’과 ‘으뜸기사 1건 이상’이 포함되어야 한다.

나는 그 조건을 채웠고, 명함을 신청했다. 솔직히 말하면, 은퇴 직후라 명함을 새로 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아니라 언론이, 조직이 아니라 ‘기사의 채택’이, 내게 새 직함을 건네는 셈이 되었다.


그래서 이 명함은 조금 특별하다.

퇴직 이후 비어버린 주소지에 도착하는 작은 선물이면서, 동시에 내가 무엇으로 다시 세상과 연결될지를 알려주는 증명서다. 명함은 3월 초 도착할 예정이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현장에 나가 있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곳에서, 나는 ‘사람’을 취재한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가장 큰 미덕은 ‘자격’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자리에서,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을 보았는가, 어떻게 썼는가, 그리고 누구의 시간을 존중했는 가다.


나는 앞으로도 거창한 사건을 좇기보다, 사람들이 미처 말하지 못한 하루의 결을 취재하려 한다. 축제가 열리는 길목, 어르신의 손끝, 청년의 숨, 지역의 사라지는 이름, 마을의 오래된 사진 한 장, 공공의 언어가 개인을 흔드는 순간, 그리고 다시 공동체가 회복되는 장면들. 그런 것들이야말로 지역의 미래를 떠받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작당’ 20여 명과 함께 꿈꾸는 도시… “도시 전체가 살롱이 되는 로컬브랜딩”


지금 나는 ‘작당’ 20여 명과 함께 한 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도시 전체가 문화로 연결되는 살롱, 즉 로컬브랜딩 커뮤니티와 문화관광형 로컬 투어리즘 기업이다. 지역이 관광객의 소비로만 남지 않고, 이해와 공감의 관계로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하루 보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한 번 다녀오면 다시 연결되는 곳’으로.


그 과정에서 언론은 단순한 홍보 도구가 아니다.

언론은 기록이고, 검증이며, 무엇보다 지역의 삶을 사회적 언어로 번역하는 통로다. 시민기자 명함은 그 통로의 문을 조금 더 넓혀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은퇴 후의 명함, “나는 다시 현장으로 출근한다”


은퇴 한 달 만에 나는 다시 출근한다.

건물로, 조직으로, 직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장으로 돌아간다.

명함 한 장이 내 삶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함이 도착하는 순간, 나는 분명 더 선명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조연섭입니다.

사람 냄새나는 현장에서, 오늘의 지역을 기록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충주 관아골 기사 (으뜸)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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